“10년째 루푸스… 환자들과 병동서 짜장면 시켜 먹으며 버텼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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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유튜버-배우 ‘빵먹다살찐떡’
투병생활 담은 ‘고층 입원실…’ 출간
“긍정적 삶의 태도로 용기 주고싶어”

26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유튜버 ‘빵먹다살찐떡’으로 활동하는 배우 양유진 씨가 자신이 쓴 책을 들고 서 있다. 신간은 루푸스병으로 입원한 항암 병동에서 저자가 만난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6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유튜버 ‘빵먹다살찐떡’으로 활동하는 배우 양유진 씨가 자신이 쓴 책을 들고 서 있다. 신간은 루푸스병으로 입원한 항암 병동에서 저자가 만난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잠깐의 혼란스러움도 있었지만 이 악물고 잘 살고 있으니까요.”

26일 크리에이터 ‘빵먹다살찐떡’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양유진 씨(25)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9월 오랜 시간 머물던 자취방에서 영상을 만들어 틱톡에 올린 걸 계기로 구독자 100만 명을 거느린 크리에이터가 됐다. 이어 2022년에는 웹드라마 배우로 데뷔했다. 브이로그, 댄스 등 짧은 동영상 쇼트폼을 온라인에 주로 올린다.

그는 20일 출간한 에세이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를 통해 희귀질환 루푸스를 10년째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면역계 이상으로 자기 세포를 공격해 생기는 루푸스는 발병 후 10년 생존율이 90% 이상이지만 피부와 관절, 신장 등에 염증 반응이 수시로 나타나 관리가 필요하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을 앓으며 루푸스 발병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후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이 ‘바나나’가 됐다. 증상 악화로 입·퇴원을 반복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특유의 긍정적 성격 덕분이었다. 바나나라고 놀림을 당해도 “내 별명이 하나 더 생겼네. 오히려 좋아”라고 생각했단다. “저는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성취감을 얻는 스타일이에요. 아파서 입원했을 때도 누군가에게 활기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크리에이터가 됐어요.”

신간 제목으로, 의연한 삶의 태도가 단단해 보여 그가 별명으로 지은 ‘갱스터 할머니’는 대학교 1학년 때 입원한 항암 병동에서 만났다. 병동에서 가장 많은 증상을 갖고 있던 할머니는 의사에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편한 약을 달라”고 했지만 의연히 병을 견뎌냈다. 알고 보니 할머니는 남편이 결혼 생활 내내 바람을 피운 아픈 과거를 갖고 있었다. 그는 “어떤 원망도 후회도 없어 보이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강한 분’이라고 느꼈다”며 “할머니의 삶의 태도가 나의 이상향과 같아 책 제목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병동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울고 웃는 이야기는 그에게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열망을 안겨줬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처음에는 주변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지만, 나중엔 대화에 끼어들게 됐다. 그는 “간호사에게 허락을 받고 환자들과 병동 가운데 모여 짜장면을 시켜 먹은 기억이 난다. 힘든 병실 생활 속에서도 즐거운 기억이 많다”고 했다.

책을 본 독자들이 어떤 메시지를 받았으면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보다 더 힘든 분들도 많을 텐데 내가 감히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삶의 모양이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빵먹다살찐떡#양유진#루푸스#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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