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서 6번째로 저평가된 원화…물가 안정까지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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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월 21일 0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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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2.4원 오른 1344.2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자료사진) 뉴스1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2.4원 오른 1344.2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자료사진) 뉴스1
원화의 구매력을 고려한 실질실효환율이 재작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낮은 수준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뒤에서 6번째를 기록했다.

물가 대비 원화의 구매력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21일 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질실효환율은 92.8(2010년=100)로 전년(91.0)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OECD 36개국 가운데 31위로, 실질실효환율이 우리보다 낮은 국가는 영국(90.8), 노르웨이(87.5), 스웨덴(87.3), 콜롬비아(86.1), 일본(83.7)뿐이었다.

2017년 1월~2023년 12월 실질실효환율 추이 (BIS 제공)
2017년 1월~2023년 12월 실질실효환율 추이 (BIS 제공)


지난 2022년(91.0)을 제외하고는 2012년(88.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물가 변동이나 교역 비중 등을 반영한 환율로 자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나타낸다. 즉, 실질실효환율의 하락은 해당 국가 통화의 구매력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OECD 실질실효환율은 2010년 수준을 기준점인 100으로 삼으며 100보다 높으면 원화 가치가 고평가돼 있음을, 낮으면 저평가돼 있음을 뜻한다.

지난 2021년 초에는 100에 가까운 수치였으나 꾸준히 하락해 2022년 10월에는 86.6까지 낮아졌다. 이후 지난해에는 80 후반에서 90 초반의 수치를 보여 왔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산출한 실질실효환율을 봐도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97.43(2020년=100)으로 국제적으로는 64개국 중 54위를 기록했다.

우리보다 지난달 BIS 실질실효환율이 낮은 10개 국가는 러시아(97.33), 프랑스(97.06), 덴마크(96.40), 이스라엘(94.91), 노르웨이(94.55), 태국(93.43), 말레이시아(93.06), 중국(92.00), 튀르키예(85.17), 일본(73.56) 등이었다.

지난달 기준으로는 균형 환율(100)에 가까웠으나 국제적으로는 저평가된 상태로 풀이된다.

고환율은 우리 경제를 2년째 뒤덮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원·달러 명목 환율은 1305.93원으로 외환위기가 발발한 1998년(1394.97원) 이후 처음으로 연평균 1300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1300원 선에 바짝 다가섰던 지난 2022년(1292.20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례적인 2년째 1300원대 고환율인 셈이다.

이 같은 환율이 더욱 장기화하는 경우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과거에는 원화 약세가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호재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달러가 약하고 자국 통화가 상대적 강세일 때 수출이 증가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자료사진) 뉴스1


거꾸로 환율 하락은 원화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수입물가를 밀어올리는 효과가 우려된다. 특히 우리나라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의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 실제 한은은 지난해 말 수입물가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유가와 환율 하락을 지목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1300원대 환율이 조만간 1200원대로 낮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원화 약세를 추동하는 요인들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하반기보다 상반기 외환수급이 어려워지는 계절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면 환율은 상반기 1300원 이상 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만일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우려로 인해 유가 불안이 겹친다면 물가 안정은 큰 장애물에 부딪히는 셈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물가 안정까지 마지막 구간인 라스트 마일(last mile)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며 “물가 상승세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원자재 가격 추이의 불확실성과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 등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고 말했다.

직전 주간 국제유가(NYMEX, WTI 기준)는 2.9% 상승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동 긴장감이 고조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점이 주된 상승 요인”이라며 “올해 견조한 석유 수요 증가가 전망되는 점도 상승 요인으로, 유가는 단기 상승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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