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복 셰프가 친구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

  • 주간동아
  • 입력 2023년 12월 2일 1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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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심리] 회식비 지불에 시기·질투 섞어 말하는 친구와 갈등 때문


성공한 사람은 회식비를 내는 문제 때문에 모임에 나가기 힘들다. [GETTYIMAGES]
성공한 사람은 회식비를 내는 문제 때문에 모임에 나가기 힘들다. [GETTYIMAGES]
이연복 셰프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친구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 셰프에게는 30년 가까이 만나온 친구 모임이 있었다. 이 셰프가 유명해지고 난 후 친구 모임에서 2차를 갔을 때 “2차는 누가 돈을 내냐”라는 말이 나왔다. 이 셰프는 2차는 자기가 내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한 친구가 “왜 네가 2차를 쏘느냐”며 멱살을 잡았다. 결국 싸움이 났고, 그 후 이 셰프는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오랜 친구 모임이 2차 회식비를 내느냐 마느냐 문제로 깨지고 만 것이다. 하지만 2차 회식비를 누가 내느냐가 진짜 원인은 아니다. 이 셰프가 유명해진 것에 대한 시기·질투가 진짜 문제였다. 친구 모임에서 왜 네가 돈을 다 내느냐고 따지는 건 그 사람에게 시기나 질투, 콤플렉스가 있다는 방증이다.

회식비 내면 자랑질로 해석


얼마 전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친구로부터도 들었다. 이 친구 역시 사회적으로 성공해 어느 정도 지위가 있고 돈도 많이 번다. 이 친구가 고교 동창 모임에 참석했다가 모임 중간에 나오면서 오늘 회식비의 반을 내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른 동창이 “내려면 다 내지 왜 반만 내냐”며 뭐라고 했다. 친구 사이에 장난스럽게 한 말이라면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말투나 표정을 보면 그 말이 장난인지 진심인지, 선의인지 악의인지 정도는 구별할 수 있다. 그 동창은 악의로 한 말이었고, 돈도 많으면서 왜 반만 내느냐는 의미였다. 회식비 반을 내겠다는데 왜 다 내지 않느냐고 뭐라고 하는 것도 보통의 경우 하기 힘든 말이다. 이것도 친구에 대한 시기, 질투, 콤플렉스가 마음에 있어서 그렇다. 결국 이 친구도 동기 모임에 더는 가지 않게 됐다.

옛 친구를 만나는 건 실질적인 도움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뭔가 사업 기회가 생긴다거나 업무상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옛 친구들을 만나는 게 아니다. 다른 모임에서는 그런 걸 기대해도 옛 친구 모임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정서적 만족감, 안정감만 얻으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시기 어린 경험을 하게 되면 더는 만나기 힘들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라도 친구 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없다.

혹자는 정말로 ‘회식비의 반만 낸 것’이 문제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반만 내지 않고 회식비를 전부 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 성공해 돈도 많으면서 회식비가 얼마나 된다고 그걸 다 내지 않고 반만 낸다고 했으니 그게 문제 아닐까. 회식비를 전부 낸다고 했으면 친구들이 고마워하고 이후에도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회식비를 얼마나 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셰프는 회식비를 다 낸다고 했고, 이때 반응은 “왜 네가 2차를 쏘느냐”였다. 성공했다고 과시하는 것 아닌가, 돈 많다고 자랑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회식비는 친구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낼 수도 있고, 특별히 축하할 일이 생기면 혼자서 다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한 친구, 돈을 많이 번 친구가 회식비를 다 내는 건 자랑질로 해석된다. 회식비를 다 낸다고 해도 좋은 말을 듣지 못한다.

회식비를 반 낸다 해도 문제고, 다 낸다 해도 문제다. 그럼 n분의 1로 나눠 내면 문제가 없을까. 그것도 아니다. 성공해 돈도 벌었는데 친구들에게 한턱을 내지 않는, 쫀쫀하고 야박하며 베풀 줄 모르는 이기적인 친구가 돼버린다.

그럼 돈 많은 사람, 성공한 사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회식비를 더치페이해도 욕먹고, 반을 내도 욕먹고, 전부 내도 욕먹는다. 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뭘 해도 비난받는다. 그래서 결국 성공한 사람은 모임에 더는 나가지 않게 된다.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고 욕을 안 먹는 건 아니다. 성공하기 전에는 모임에 나갔는데 성공한 다음부터 나가지 않으면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이제는 변했어”라며 비난받는다. 결국 뭘 해도 욕을 먹는다.

밥값 때문에 인연 끊기기도


모든 친구가 다 이렇게 시기·질투의 감정으로 성공한 사람, 돈을 많이 번 사람을 비난하는 건 아니다. 시기·질투의 감정으로 말을 내뱉는 이는 소수다. 하지만 10명 중 1명 정도는 그런다. 비록 1명이지만 그 1명이 모임에서 이런 말을 하면 그다음부터는 모임에 나가기가 두렵다. 그런 친구가 1명이라도 있으면 그 모임에 더는 나갈 수가 없다. 소위 성공한 후 모임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이 이 셰프만은 아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사회적으로 명성과 부를 얻은 후 과거 인연이 끊기고 만다.

밥값을 누가 내느냐, 얼마나 내느냐의 문제로 인간관계가 꼬인다는 건 참 우스운 일이다. 그런데 친구 관계, 지인과 관계에서는 이게 참 중요하다. 만나서 이야기만 하고 헤어지면 웬만한 경우가 아닌 한 사이가 틀어질 일이 없다. 하지만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찻값, 밥값, 술값 등을 지출해야 한다. 이걸 어떻게 누가 부담하느냐에 따라 친구 관계가 영향을 받는다.

나 역시 성공했다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쨌든 친구나 지인을 만났을 때 이런 비용을 지불하는 데 큰 부담이 없다. 그러나 지불 능력이 있다고 늘 모든 비용을 다 낼 수는 없다. 항상 비용의 반을 지불할 수도, 더치페이를 할 수도 없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다 욕먹는 행위들이다. 그래서 이런 자리에 나갈 때마다 오늘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낸다고 해야 할까, 더치페이로 해야 할까 등을 생각한다. 모임에 나오는 이들이 거의 다 여유 있고 소위 잘나간다면 별 부담이 없다. 이때는 돈을 누가, 얼마나 지불하느냐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또 누가 낼지 고정화된 경우도 별문제 없다. 만나면 내가 항상 밥이나 차를 사는 모임이 있고, 반대로 내가 항상 얻어먹는 모임도 있다. 보통 선후배 관계가 이렇다. 업무상 관계일 때도 신경 쓰지 않는다. 업무상 관계는 그 자리를 주도한 측에서 지불하게 된다.

문제는 동창처럼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다. 아주 친한 친구라면 그래도 괜찮다. 친한 건 아니지만 잘 아는 사이, 그런 게 가장 애매하다. 업무상 관계와 달리 “네가 돈을 다 내”라고 요구할 수 있는 관계고, 또 나를 어느 정도 알아서 예전과 달라졌다고 욕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 누군가 성공했을 때 시기·질투를 하는 사람은 보통 이 중에 있다.

이들은 누군가가 성공하기 전 상태, 그러니까 평범할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그래서 상대가 성공하고 돈을 벌었다지만 과거에는 자기들과 별 차이 없었고 오히려 뭔가 부족한 놈이었다고 생각할 때 문제가 생긴다. 원래 잘나가던 애가 계속 잘나가면 시기·질투를 할 일도 없다. 전에 못났던 사람, 자기와 비슷했던 사람이 잘나가게 됐을 때 시기·질투의 감정이 생긴다. 평상시에는 시기·질투가 일어나도 그걸 표현할 계기가 없다. 회식비를 누가 얼마나 부담하느냐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런 감정이 표출될 기회를 얻는다.

더치페이 문화가 외톨이 만들어


늘 더치페이를 하면 이런 문제가 없지 않을까. 그런데 무조건적인 더치페이도 문제다. 항상 더치페이를 하면 돈이 없는 사람, 여유가 없는 사람과는 친구 관계를 만들지 못한다. 요즘 젊은 층은 더치페이가 일상이다. 젊은 세대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많아진 데는 돈이 없으면 어울릴 수 없는 더치페이 문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런 문제로 성공한 사람, 돈을 번 사람은 자신의 옛 모습을 잘 아는 친구들, 즉 자기가 잘나가기 전, 성공하기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 모임에 나가기가 힘들다. 업무와 관계없이 순수한 인간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좋은 모임이라 해도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은 나가기가 어렵다. 성공한 후 사람이 변해서 모임에 나가지 않는 게 아니다. 모임에서 상처를 받아 다음부터는 안 나가게 된다는 게 좀 더 정확한 답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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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락 경영학 박사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17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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