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남 신화, 캄보디아서”…노년층 속여 923억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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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2일 1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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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허위 부동산 분양 홍보 영상. 경찰청 제공
캄보디아 허위 부동산 분양 홍보 영상. 경찰청 제공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1230명으로부터 923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사기 조직의 부총책이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2일 경찰청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사기 혐의 피의자 A 씨(48)를 강제송환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서울경찰청, 주캄보디아한국대사관, 현지 경찰과 협력해 5개월여간 추적한 끝에 전날 A 씨를 검거했다.

A 씨는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서울·인천·부산 등지에서 총책인 친형(구속)을 비롯한 공범 34명과 함께 부동산 투자 사기를 저지른 혐의(사기·유사수신행위법·방문판매법 위반)를 받는다.

A 씨 일당은 프놈펜 인근에 양도세·상속세가 없는 2700세대의 대규모 고급 주택을 분양한다고 홍보해 노년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과거 다단계 방문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미용실 등 60대 이상 노년층 여성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물색해 손님처럼 접근했다. 이어 대형 분양 지도가 벽면에 붙어있는 사무실에 방문하도록 유도해 주택 분양이 임박한 것처럼 가장했다.

특히 ‘한강의 기적이 메콩강의 기적으로! 부동산 강남 신화가 캄보디아에서 펼쳐집니다’라는 내용의 분양 홍보 영상과 책자를 제작해 투자를 유도했다.

A 씨는 프놈펜에 현지 사무실을 조성해 전혀 다른 공사 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한 뒤 주택 공사가 진행 중인 것처럼 가장해 홍보 영상을 제작하거나 답사 온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는 등 범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 일당이 홍보한 부지는 건축 허가를 받지 않아 공사가 불가능한 허위 부동산으로, 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습지였다.

캄보디아 허위 부동산 분양 홍보 자료. 경찰청 제공
캄보디아 허위 부동산 분양 홍보 자료. 경찰청 제공
지난 6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A 씨의 친형인 총책을 포함한 28명을 검거하고 이 중 2명을 구속했다. 이어 A 씨에 대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한 뒤 추적을 시작했다.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담당관은 A 씨가 신장 투석을 위해 통원 치료 중인 병원을 확인했다. 이후 캄보디아 경찰청 정보국을 통해 은신처 3곳을 확인하고 밀착 감시했으며 비밀리에 담당 주치의를 포섭해 병원 방문 시기를 파악했다.

경찰은 A 씨가 건강을 이유로 송환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송팀에 경찰병원 소속 신장 투석 전문 의료인도 포함했다. 검거 작전 당일인 1일 A 씨가 병원에 방문하자 경찰 주재관과 현지 경찰은 병원 인근에서 치료 때까지 잠복해 A 씨 검거에 성공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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