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10년, 받을 빚만 1300조원…‘부채의 늪’ 빠진 신흥국

  • 뉴스1
  • 입력 2023년 11월 7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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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 센터에서 직원이 중국 위안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3.8.22/뉴스1
지난 8월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 센터에서 직원이 중국 위안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3.8.22/뉴스1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인프라 구축을 위해 개발도상국에 대출 형태로 1조 달러(약 1308조4000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이율의 ‘차이나 머니’가 불러올 역풍이 우려된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첫 10년 동안 발전소, 도로, 공항, 통신 네트워크 및 기타 기반 시설 건설 자금을 명목으로 개발도상국에 약 1조 달러를 지급했다.

버지니아주 윌리엄 앤 메리 대학의 개발 금융을 추적하는 연구 기관인 에이드데이터가 전날 발표한 보고서는 1조 달러의 대출금 중 절반 이상이 이제 원금 상환 기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2030년까지 대출금의 75%가 원금 상환 기간에 도달할 전망이다.

에이드데이터는 보고서에서 “165개국에 걸쳐 2만1000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국은 현재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 연간 약 800억 달러에 달하는 원조와 융자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세계 최대의 채권 추심국으로서 낯설고 불편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자를 제외하고 개발도상국의 차입자가 중국에 줘야 할 미결제 부채는 최소 1조1000억 달러(약 1439조1300억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에 경제 성장을 가져왔고, 글로벌 개발에서 미국과 세계은행(WB)에 필적하는 역할을 확립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인 영향의 이면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부채에 허덕이는 저소득 국가가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항구나 도로를 건설할 투자 자금을 빌려주는 대신 해당 국가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으면 항구나 도로 사용권을 받고 있다. 스리랑카는 중국에 돈을 빌려 함반토타 심수항을 건설했지만, 재정 수입을 부채를 갚는 데 투입하다 끝내 항구를 중국에 넘겼다.

NYT는 “중국은 자국 기업에 계약을 지시했으며 어떤 경우에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지 못하는 값비싼 수준 이하의 프로젝트를 건설하기도 했다”고 지적했고, AFP도 “비평가들은 중국 기업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비용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오랫동안 지적해 왔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은 대출 규모나 조건 등에 대해 엄격한 비밀 유지를 요구해 다른 주요 나라들이 지원에 나서는 것조차 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과 WB 등 국제 대출기관의 접근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이들 국가에 IMF 등에서 빌린 돈을 갚는 것을 도와준다며 추가 대출을 내주려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들은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성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방 국가들도 중국이 일대일로를 명목으로 ‘부채 함정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IMF와 WB의 대출 능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도록 촉구했다. 개발도상국들이 비교적 대출이 쉽지만 이율이 높은 차이나 머니를 사용해 ‘부채의 덫’에 빠졌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서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1000억 달러(약 131조원) 이상의 신규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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