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뇌피셜은 어떻게 확신이 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3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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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라는 착각/필리프 슈테르처 지음·유영미 옮김/384쪽·1만8800원·김영사

“저 사람 그런 말을 하다니 제정신이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다니 미쳤나 봐.”

인간은 대부분 스스로가 이성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자신의 가치관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는 사람은 비합리적이라고 손쉽게 단정한다. 그런데 정말 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일까.

신경과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믿는 모든 것이 사실은 일종의 착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일종의 ‘예측 기계’다. 위험한 세상에서 안정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의 뇌는 ‘내적 세계 모델’을 만든다. 이 모델을 통해 뇌는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예측하고, 세상에 대한 지각을 만들어 낸다.

착시 현상이 그 예다. 우리 뇌는 실제가 아닌데도 착시 현상을 일으켜 짧은 선을 더 길게, 긴 선을 더 짧게 인식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의 뇌가 시각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에 만들어놓은 내적 세계 모델을 통해 감각 정보를 ‘예측’하기 때문이다. 생각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측 기계인 우리의 뇌는 스스로에게 가장 유리한 사실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이 사실에 대한 확신이 합리적이라고 여긴다.

저자는 이 같은 확신이 인터넷의 발달로 더욱 가속화됐고 이로 인해 사회가 분열되기 쉽다고 우려한다. 확신이란 결국 뇌가 만들어낸 가설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다원화된 사회에서 서로 도우며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뇌피셜#제정신이라는 착각#확신#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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