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기술 중심주의의 핵심 조직, '인텔 랩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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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9월 20일 1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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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너제이]

“인텔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얘기하고 있다”

리치 울릭(Rich uhlig)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인텔 랩스(Intel Labs)는 업계에서 해결사로 통한다. 인텔 랩스는 새로운 기술과 컴퓨팅 형태를 발견하고 개발하는 글로벌 연구 조직이다. 연구 조직인만큼 일반 대중 및 매체와 접할 기회가 많진 않으나, 9월 19일(현지 시각) 개최된 인텔 이노베이션 2023을 계기로 소개할 기회가 생겼다. 인텔 이노베이션은 인텔 생태계 기반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서비스 및 고급 기술 등을 소개하고 전시하는 산업 박람회다.

인텔 CEO가 전략 지원하는 ‘인텔 랩스’

인텔 랩스는 전 세계 각 국에 연구소를 두고 있으며, 약 700여 명의 인력이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인텔 랩스는 1989년 인텔 아키텍처 랩스로 시작했고, 현재 펫 겔싱어 CEO가 과거 CTO 시절이었을 당시 코퍼레이티드 센트럴 그룹으로 바뀌었다가, 2007년부터 인텔 랩스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인텔 랩스는 실리콘밸리는 물론 멕시코, 인도, 중국, 유럽, 이스라엘 등 전 세계에 걸쳐 연구소를 갖고 있으며, 30여 개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700여 명 이상의 인력이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업무 방법은 크게 찾고(Seek), 해결(Solve)하고, 확장(Scale)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찾는 과정은 각국의 정부나 기관, 기업 및 산업 분야와 손을 잡고 문제를 수집한다 이중 해결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인텔 랩스 소속의 아키텍처, 시스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컴파일러 등의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해 문제를 해결하고 지원한다. 그 과정에서 사업화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본격적으로 확장 단계로 진입한다.

지난 주 공개된 썬더볼트 5 규격, 해당 기술도 인텔 랩스에서 비롯됐다 / 출처=IT동아

이렇게 등장한 대표적인 사례가 표준 외부입력 인터페이스인 썬더볼트와 USB, 복수의 운영 체제 호환을 지원하는 인텔 가상화 기술,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실리콘 포토닉스, 특정 애플리케이션 코드 및 데이터를 메모리에 격리하는 하드웨어 메모리 기반의 암호화 보안 기술, 컴퓨터로 인간을 보조하는 보조과학 기술 등이 있다. 보조과학 기술은 스티븐 호킹 박사가 사용한 음성, 행동 지원 휠체어 및 컴퓨터 기술로 잘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오픈 소스로 제공되고 있다.

생체 모방한 컴퓨터부터 양자 컴퓨팅까지

현재 인텔 랩스가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뉴로모픽 컴퓨팅, 실리콘 포토닉스, 동형 암호화 컴퓨팅, 양자 컴퓨팅 네 가지 분야다. 뉴로모픽 컴퓨팅은 생물학적 컴퓨팅 시스템을 실제 컴퓨팅 환경으로 구현하려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페럿 앵무새의 뇌는 50mW의 전력을 내고, 무게가 2.2g에 불과하다. 하지만 앵무새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물컵을 사용할 줄 알고 스스로 날아다닌다. 이를 드론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게 40g에 1만8000mW의 전력이 필요하다.

인텔 랩스가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연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뉴로모픽 컴퓨팅, 실리콘 포토닉스, 동형 암호화, 양자 컴퓨팅 네 가지다 / 출처=IT동아

인텔 랩스는 뇌의 구조를 모델링한 로이히 2(Loihi 2)를 활용해 생물학적 방식으로 문제를 처리하는 프로세서를 만들고 있다. 인텔은 하드웨어 수준에서 뉴런이 조직되고, 통신하고, 학습하는 방식을 구현하고, 전 세계에 증가하는 연산 수요를 충당하고자 한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광 섬유처럼 빛을 활용해 통신하는 기술이다. 현재 전자식 방식의 인터페이스 기술은 속도를 확장하기에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반면 광자를 이용할 경우 물리적 한계가 크게 극복되어 더 많은 통신 속도 및 집적도를 적용할 수 있다. 최신 포토닉스 기술은 초당 32GB의 데이터 전송을 지원하며, 단일 회선으로 최대 256GB까지 구축할 수 있다. 다만 비용이나 크기 등의 문제로 꾸준히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실현 가능성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동형 암호화 기술이 상용화되면 해킹 위험 없이 안전하게 데이터를 다룰 수 있게 된다 / 출처=IT동아

동형 암호화 컴퓨팅은 해독할 필요 없이 암호화된 데이터에 직접 수학적 연산을 적용하는 방식의 암호다. 이렇게 되면 암호는 물론 계산 결과까지 암호화되어 보안성이 크게 높아진다. 다만 아직까지는 계산량이 많아 적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인텔 랩스는 미국 고등국방 연구소(DARPA)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완전한 동형 암호 기술을 완성하면 모든 데이터는 데이터 키를 소유한 사람만 해제할 수 있게 되어 개인 정보 및 민감 정보도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인텔 랩스는 양자 컴퓨팅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양자 컴퓨팅 분야 역시 인텔 랩스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양자 컴퓨팅은 중첩과 얽힘이 동시에 공존하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활용해 데이터 연산을 처리하는 컴퓨팅 기술이다. 양자 컴퓨터 기술은 현재 컴퓨터 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이며, 아키텍처와 알고리즘, 전자 제어 등 양자 기술을 활용했을 때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텔 랩스의 양자 컴퓨터 연구는 지난 6월 공개된 12큐비트 실리콘 칩 터널 폴스(Tunnel Falls)로 이어지는 등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터널 폴스는 인텔이 수십 년 간 쌓아온 반도체 설계 기술을 투입해 완성한 실리콘 스핀 큐비트 칩으로, 완전한 양자 컴퓨팅으로 나아가기 위한 단계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양자 컴퓨터 구현을 위한 자산이나 장비가 없는 일반 연구 기관 및 실험실에서도 양자 컴퓨팅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터널 폴스는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큐비트 공동 연구소, 샌디아 국립연구소 등에 제공되고 있다.

기술 주도에 집중하는 인텔, 그 중심에 있는 인텔 랩스

리치 울릭(Rich uhlig) 부사장이 터널 폴스 웨이퍼를 소개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인텔 랩스는 베일에 싸인 기관이다. 상업적 결과보다는 연구에 집중하는 조직이므로 일반적으로는 접할 일이 없다. 최근에 공개한 터널 폴스를 제외하고는 수면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인텔이 고도의 연구 조직을 20여 년 이상 유지해 온 이유는 기술 주도의 기업 철학에 흔들림이 없는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인텔 랩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바꿔나갈 것이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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