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SMP 상한제’에 민간발전사 석달새 2조 손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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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 한전 구하려 작년말 도입
원료비는 느는데 공급 가격은 하락
민간사 경영난… 한전도 적자 행진
업계 “상한제 대신 단가 현실화를”

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전력거래소 본사 전경. 전력거래소 제공
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전력거래소 본사 전경. 전력거래소 제공
“당장 올여름부터 연료 대금 납부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연말까지 가면 채무불이행을 걱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지방 소재 민간 발전기업 A사 관계자는 전력 도매가격(SMP) 상한제 도입 여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수천 가구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발전기업 A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한전에 전력을 공급했다고 한다. 원료비 연동제 도입으로 한국가스공사에서 사는 원료비는 늘어난 반면 SMP 상한제 도입으로 전력 공급 가격은 떨어진 탓이다. A사는 현재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SMP는 민간 발전사들의 시장 경쟁으로 결정. 전력망이 육지와 분리된 제주도 SMP는 별도 책정. SMP 상한제는 2022년 12월부터 적용. 자료: 전력거래소 등
SMP는 민간 발전사들의 시장 경쟁으로 결정. 전력망이 육지와 분리된 제주도 SMP는 별도 책정. SMP 상한제는 2022년 12월부터 적용. 자료: 전력거래소 등
지난해 33조 원 적자를 낸 한전의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SMP 상한제가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민간 발전사들이 받았어야 할 정산금은 SMP 상한제가 시행된 석 달간 2조 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 규모 발전사들은 경영난에 내몰리고 있다.

2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민간 발전사들이 받았어야 할 정산금은 SMP 상한제 시행으로 인해 6840억 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민간 발전사의 37.5%가 적자를 냈다. 올 1, 2월에도 SMP 상한제 영향이 비슷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민간 발전사들의 예상 손해 액수는 2조10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국내 전력 도매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전력거래소가 전력 수요를 시간별로 예측하고, 발전 사업자는 각 공급 용량을 입찰한다. 발전기를 돌리는 순서는 원자력→석탄→LNG 등으로 발전 비용이 저렴한 순서다. SMP는 전력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가장 비싼 발전기의 변동비용에 따라 결정된다. 보통은 한국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는 발전기의 변동비용으로 결정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LNG 가격이 폭등하자 SMP 가격도 덩달아 뛰게 된 이유다.

정부는 이 매입가격 상한선을 과거 10년 평균 가격의 1.5배로 제한했다. 결과적으로 3개월 동안 실제 시장에서 결정된 SMP와 상한제 적용 가격은 1kWh(킬로와트시)당 많게는 108.59원까지 차이가 났다. 한전을 구하기 위해 민간 발전사들이 ‘고통 분담’을 한 셈이다.

문제는 민간 발전업계의 경우 수익 악화가 곧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지난 3개월 정산금 감소분 2조1000억 원은 올해 업계 전체 투자 계획의 3분의 2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수만 가구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B사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수십억 원씩 줄었다. B사 관계자는 “발전사들은 보통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겨울에 수익을 거둬 봄·가을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라 ‘한 철 장사’라고 하는데 지난겨울엔 전혀 이익을 남기지 못했다”며 “올해 수백억 원대 규모의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그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민간 발전사들의 경영난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전 적자 또한 줄어들지 않고 있다. SMP 상한제가 도입된 지난해 12월에도 한전은 3조 원 가까운 적자를 봤다. 1kWh당 177.74원으로 전기를 구입해 평균 SMP 267.63원보다 저렴하게 구입했으나 판매 가격이 1kWh당 140.37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전기를 팔 때마다 1kWh당 37.37원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발전업계에서 미봉책에 불과한 SMP 상한제 대신 한전의 낮은 전력 판매단가를 현실화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한전 smp 상한제#민간발전사#경영난#전력 도매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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