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A업체 관계자는 “흔히 원부자재 가격이 오른다고 하면 곡물 같은 것만 생각하지만 치즈를 비롯한 2차 품목도 다 같이 오른다”며 “여기에 물류 비용과 금리까지 올라 식품기업은 4중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식품기업은 대출을 받아 공장에 투자하거나 원료를 대량 구매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부채비율이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창고 보관비, 냉동탑차 운영비 등 물류비용과 대출 이자까지 오르면 사실상 부담을 기업에서 혼자 떠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달 12일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농심, 롯데제과, 동원F&B, SPC, 남양유업, 오리온, 삼양식품, 해태제과, 팔도 등 12개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갈수록 높아지는 생산 비용 부담을 더 이상 감내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B업체 관계자는 “밀가루, 설탕, 원유 등 원재료부터 포장재를 비롯한 부자재, 물류비, 인건비, 에너지 비용 등 어느 것 하나 오르지 않은 게 없다”며 “최근 수년간 생산 관련 비용이 지속 상승해 기업이 자체적인 경영 효율화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도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의 가격 저항 심리로 인해 판매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식품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3~4% 대로 매우 낮은 수준인데 이보다 낮아진다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UN 경제사회처는 지난해 말 ‘2023 세계 경제 상황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이 올해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미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과 수요 둔화로 진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당분간 바로 반영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첫 기준금리 결정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올렸다. 여전히 5%대로 높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 역시 물가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2023년 주요 기업 원자재·공급망 전망’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42.7%가 “올해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한 기업은 29.3%에 그쳤다.
C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이 정도로 강력하게 요청을 해도 식품 업체들이 대부분 가격을 인상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라며 “기업이 적자를 내지 않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낼 정도로 엄중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영업이익은 계속 떨어지고 시장 소비도 줄어들다 보니 정부의 인상 자제 요청을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가스비를 포함해 모든 비용이 오르고 있는데 제품 가격만 올리지 말라는 건 기업 입장에서 너무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D업체 관계자는 원부자재 부담에 더해 인건비까지 올라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부자재도 원부자재이지만 인건비도 매년 오르고 있다”며 “눈치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가격에 반영해도, 그마저도 인건비 인상률에 못미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E업체 관계자 역시 “원부자재, 물류비, 인건비, 유틸리티 등 모든 제반 비용 중 안 오른 게 없어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영향으로 급등했던 곡물 가격은 하락했지만,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에는 시차가 존재해 당분간 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