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8조8000억→2700억 기록


DS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20조700억 원, 영업이익은 2700억 원을 거두며 적자를 간신히 면했다. 2009년 1분기(1∼3월) 이후 가장 낮은 영업이익이다. 2021년 4분기 영업이익(8조8400억 원) 대비 96.9% 줄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가 줄며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재고가 쌓인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소비심리가 악화되며 판가가 추가 하락했고, 재고평가손실의 영향으로 실적이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은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저조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연말 반도체 시장의 상황이 더 빠르게 악화된 탓”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마이크론 등 주요 경쟁사들이 설비투자를 연기하거나 생산량을 줄여 대응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설비투자 규모도 줄이지 않겠다고 답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은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생산라인 최적화나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자연적 감산’은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단기간에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부문의 실적 악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3∼18%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2분기(4∼6월)에도 3∼8%가량 하락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와 연간 기준 모두 최대 매출 기록을 세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얼마나 더 버텨줄 수 있는지도 불안 요소다. 올해는 파운드리 시장 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서버, 모바일, PC 등 반도체 주요 거래처 중 그 누구도 반도체를 사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반기(7∼12월)에는 상황이 개선될 여지도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시장이 커지며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 전환도 긍정적인 신호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D램과 낸드 가격이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인텔, AMD 등이 내놓은 DDR5 지원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이 본격화되면 D램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도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실적도 부진했다. VD(영상가전사업부)·가전 등은 지난해 4분기 6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삼성전자가 가전에서 적자를 낸 것은 2015년 1분기 1400억 원의 적자(CE사업부문) 이후 7년여 만이다. 삼성전자는 “TV는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수요가 줄었고, 가전은 시장이 악화되고 경쟁이 심화돼 비용이 늘며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둔화 영향으로 모바일경험(MX) 사업부문도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플래그십 제품은 시장 예상보다 선방했지만, 중저가 제품 판매가 예상보다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실적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4분기 20조 원이 넘는 시설 투자를 집행했다. 반도체 사업에 18조8000억 원, 디스플레이 사업에 4000억 원 등이다. 경기 평택 사업장의 메모리 인프라와 극자외선(EUV) 등 첨단 기술 적용 확대 및 평택 파운드리 공장과 미국 테일러 공장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자했다. 지난해 전체 투자는 53조1000억 원 규모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