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6.6% “독자 핵 개발 필요”… 거세지는 ‘독자 핵무장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30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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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민 10명 중 7명이 한국의 독자적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지식교류플랫폼 ‘최종현학술원’이 발표한 ‘북핵 위기와 안보 상황인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76.6%가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이 필요하다(‘어느 정도 그렇다’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72.5%는 한국이 독자적인 핵 개발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응답자(77.6%),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고 대답한 응답자(78.6%)도 70%를 훌쩍 넘겼다. 국민들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선 강하게 불신하는 반면, 우리 독자적 핵무장이나 핵개발로 대북 핵 억지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식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종현학술원 제공.
최종현학술원 제공.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16일까지 최종현학술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1대1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단위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인구주택총조사를 바탕으로 가구를 추출하고 그 속에서 가구원을 추출하는 3단계 방식으로, 연령별·성별·학력·직종·정치 성향(주관적 답변) 등을 고루 고려해 직접 가구 방문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 70% 웃도는 독자적 핵 개발, 무장론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에 대한 지지율은 2021년 12월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한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71%) 이후 꾸준히 7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CCGA 조사는 이후 한국에서 핵무장 여론이 높아질 때마다 한미 학계에서 공통적으로 인용 및 거론돼왔다. 이번 최종현학술원 조사결과는 최근 2년간 한미 연구기관 여론조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조사 이후 70% 안팎을 오르내리는 한국 국민들의 독자적 핵개발 지지율 여론조사 추이. 아산정책연구원의 경우 ‘제재를 받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상황’에서의 독자적 핵무장 지지율이 70.2%로 나왔고 제재를 받는다는 조건이 있을 경우 이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현학술원 제공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조사 이후 70% 안팎을 오르내리는 한국 국민들의 독자적 핵개발 지지율 여론조사 추이. 아산정책연구원의 경우 ‘제재를 받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상황’에서의 독자적 핵무장 지지율이 70.2%로 나왔고 제재를 받는다는 조건이 있을 경우 이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현학술원 제공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비율이 높다는 건 미국의 확장억제나 현재 정부의 북핵 대응전략 등을 충분히 신뢰하지 못한다는 인식과도 연관돼 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공격으로 본토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한반도 유사시 핵 억지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그렇다’(‘어느 정도 그렇다’ ‘매우 그렇다’ 포함)고 답한 비율은 51.3%로, ‘그렇지 않다’(‘별로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포함)고 답한 비율(48.7%)과 비슷했다.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에 대해 국민들이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진 않다는 의미다.

최종현학술원 제공
최종현학술원 제공

‘북핵 위협에 대응한 한국의 대응 전략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묻자 응답자의 3분의2 수준인 61.6%는 모른다(‘전혀 모른다’ ‘잘 모른다’ 포함)고 대답했다.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38.3%에 그쳤다.

최종현학술원 고위관계자는 30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당국이 한국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면 독자적 핵개발을 지지하는 입장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정책적 함의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 공식적으론 선 긋지만 여론에 민감한 정부
정부 당국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에 공식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매번 거세지는 핵무장 주장에 대해 최일선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실효성, 즉 핵우산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 안보전략임을 강조하고 있다. 박 장관은 2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지금 현재 우리한테 최상의 옵션은 한미동맹 그리고 확장억제 실효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유사시에 핵우산을 제공하게 돼 있는데 실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이것을 제공할 것인지 한국과 미국이 사전에 협의가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있고,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장관도 29일 방송 대담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배해서 보복을 당하면 우리 경제에 큰 주름살이 생긴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독자적 핵무장 주장을 무시해선 안 되는 여론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 중 “더 (북핵) 문제가 심각해져 가지고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도 핵무장 여론 등을 정책결정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중국, 한반도 통일, 북한 비핵화에 도움 안 돼”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의 시험발사.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의 시험발사. (평양 노동신문=뉴스1)

이번 조사는 북핵 긴장 속에 한국이 이웃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이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길 원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응답자의 71.9%는 한국과 미국, 일본 간 3자 안보협력 가능성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답했다.

학술원 고위관계자는 “불과 한 5~6년 전만 해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를 반대했던 응답자가 59%였고 비슷한 시기 다른 여론조사기관에서 지소미아 폐기를 찬성하는 비율이 48%, 유지를 주장하는 쪽이 40%였다”며 “과거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현실적인 필요성으로 다가왔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대한 비판적인 정서도 저변에 깔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북한의 비핵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없다’(‘별로 없다’ ‘전혀 없다’ 포함)고 한 응답자는 64.1%였다. 있다고 대답한 비중(35.9%)보다 크게 높은 것. 또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역할에 대해서도 중국이 방해가 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55.1%로 가장 높았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해서도 찬성 비중이 51%로 과반을 차지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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