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취직은?” 툭 내뱉는 명절 잔소리…‘화병’ 부른다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22일 14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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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맞이하는 첫 설 연휴기간 가족 모임이 늘어날 전망이다. 설 전후 가사노동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늘면 화병에 걸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22일 의료계 설명을 종합하면 설 연휴 시댁 식구, 가사 노동 등에 시달리는 주부는 물론 취업과 관련된 질문 공세를 받아야 하는 취업준비생, 가족·친척들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미혼 남녀 등은 스트레스가 늘어날 수 있다.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속으로 삭이다 보면 답답하고 화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화병’이 생길 수 있다.

화병이 생기면 스트레스가 많거나 화를 제대로 풀지 못할 때의 답답함과 가슴 두근거림, 온몸이 쑤시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증상이 발전되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소화불량이나 식이장애, 심한 경우 만성적인 분노로 고혈압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이 초래될 수도 있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를 보면, 화병 환자는 2015년 11만3703명에서 2019년 16만2630명으로 5년 새 약 43% 증가했다. 특히 20대 환자의 경우 77%가 치솟았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화병 환자는 설과 추석이 각각 지난 3월과 9월, 10월에 병원을 많이 찾는다.

명절을 건강하게 보내려면 주부가 과도한 가사 노동에 시달리지 않도록 가족끼리 적절히 분담하는 것이 좋다. 미리 역할을 정하고 가사 일을 분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능하면 명절 행사를 간소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족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진로, 취업, 결혼 등을 주제로 한 대화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윤나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무심코 던진 말이 듣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휴의 마지막 날은 연휴 이후 일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연휴 마지막 날에는 밤이나 새벽에 귀가하는 것보다 조금 여유 있게 집에 돌아와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명절 피로는 수면 부족과 일상의 규칙적인 생활 리듬이 변화하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화병은 치료하기 쉽지 않은 만큼 예방이 최선이다.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감정을 객관화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일기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도 좋다. 약물치료를 받을 경우 주로 항우울제가 사용된다. 불안, 불면 등을 치료하기 위해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병용할 수도 있다.

조성훈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화병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겠다는 마음가짐이 치료의 시작”이라면서 “환자를 둘러싼 환경적인 요소, 특히 인간관계에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제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본인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정리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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