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대신 호남행…민심투어 VS 도피투어 [중립기어 라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7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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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11시 동아일보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 시사 라이브 <중립기어>에서는 성남 FC 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출석을 요구한 가운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여야의 셈법을 따져봤습니다. 이승헌 부국장은 “이 대표가 지지층의 동정 여론을 응집시킬 수 있는 가장 정치적으로 유리한 시점을 골라서 검찰 수사에 응할 것”고 관측했습니다. 동아일보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RN-vrb84w5A)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주요 방송 내용입니다.

●민심투어냐, 도피투어냐
▷조아라 기자
이 대표가 최근 ‘경청 투어’라는 민심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 검찰의 소환 통보 날짜와 호남 방문 시기가 겹치면서 국민의힘에선 ‘도피 투어’라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민주당은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한 사전 준비 일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예산안 처리도 되지 않은 시기에 장외전에 나서면서 해석이 분분합니다.


▶이승헌 부국장
구독자 여러분도 짐작하시겠지만 정치 일정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거고요. 아시겠지만 이 대표 말고도 다른 민주당 정치인들은 위기 상황이 생길 때마다 텃밭인 호남권을 방문해서 지지층을 만나 기를 받고 옵니다. 반면 국민의힘이나 이전 보수 세력은 영남권을 방문하고요.
특히 이번엔 2023년도 예산안이 기한을 넘겨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가장 늦게 처리됐잖아요. 정치적 해석이야 다양하게 할 수 있겠지만 예산안 처리 지연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이 대표가 갑자기 민심을 경청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고하겠다면서 전국을 도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구독자 분들께서 잘 판단하리라 생각합니다.

▷조아라 기자
호남 방문 이후엔 양산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친문(친문재인) 끌어안기’ 행보라는 해석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이승헌 부국장
1차적으로 보면 ‘친문 끌어안기’보다도 두터운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호남권에서 기를 한번 받고 양산으로 이동해서 문 전 대통령에게 도와달라고 할 가능성이 있겠죠. 사법 리스크가 터질 때마다 친문 성향이 강한 비명(비이재명)계에서 나오는 반응이나 액션이 덜 나오도록 도와달라는 얘기겠죠. 국민의힘에서는 이를 두고 ‘헤진 줄’을 잡아보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단 이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 흔들리는 걸 막겠다는 거잖아요. 그 점만 본다면 친문 성향 지지층이 아직 민주당 내부에서 영향력 없다고 보긴 어렵죠. 문 전 대통령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의혹 등이 제기된 상황입니다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까지 서면 조사하진 않기로 내부 방침도 정했고요. 호남권을 갔다 양산까지 가는 ‘민심 투어’의 큰 흐름은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이 대표가 기력을 흡수하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조아라 기자
민주당은 제1야당 대표를 팩스 소환하는 검찰의 행태를 두고 ‘폭거’라고 주장하는데요. 과거에는 제1야당 대표를 소환 조사한 사례가 없었나요?

▶이승헌 부국장
퀵으로 보냈든 등기 속달 우편으로 보냈든 소환 통보라는 자체가 유쾌한 일 아니죠. 제1야당 대표이자 전직 대선 후보에 대한 소환 조사가 흔한 일은 아닙니다. 2003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차떼기 사건’과 관련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직후 직전 총재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일이 있었는데요. 검찰 소환 전 기습 출석해서 검찰의 허를 찔렀다는 분석이 나왔었죠. 그 이후로 몇 번의 유사한 일이 한 두 번 있었습니다만 검찰이 직접 당대표의 정치적 생명줄을 겨누는 소환 조사는 최근 들어 거의 없었다고 봐야겠죠.

▷조아라 기자
이 대표는 검찰이 소환 통보했을 당시 “윤석열 정권의 망나니 칼춤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가 어제(26일) “조사 방식과 날짜를 협의해나가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는데요. 이 대표가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되면 민주당은 ‘정치탄압’ 프레임을 더 강화해나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승헌 부국장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이 문제는 진영을 떠나서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그 점을 강조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가 개인 자격이든 당대표 자격이든 법조인 출신으로서 당당히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하니 이 대표가 언젠간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죠.
이 대표가 포토라인에 설 경우엔 동전의 양면이 있는 겁니다. 국민의힘이나 대통령실 입장에선 “드디어 서초동에 세웠다”, “이재명 끝났다”는 식의 주장을 펼칠 수 있겠으나 이 대표가 특유의 감정적인 호소로 지지층의 동정심을 끌어모으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는 거죠. 어느 쪽 유불리로 흘러갈지 지금 단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조아라 기자

여기서 중립기어를 한번 박으면요, 이번 성남 FC 의혹은 경찰이 3년 넘는 수사를 거쳐 지난해 9월 문재인 정권에서 무혐의로 결론내렸죠. 그런데 고발인이 이의 신청하면서 다시 검경이 수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올해 9월 두산건설 관련 의혹만 다시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 검찰이 다른 기업들까지 다시 수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정권 바뀌니 검경 수사가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승헌 부국장
그건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민주당 입장에선 충분히 그렇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역중립기어 박고 저도 한번 말씀드려 볼까요. 검경 수사가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우리나라 정치·사법 체계의 한계죠. 예를 들어 이명박 전 대통령 얘기를 해보면 2007년 대선 경선 시절에 BBK와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검찰에서 혐의없음으로 종결했었죠. 그런데 문재인 정권 들어서 다시 수사해서 17년형이 나왔습니다. 다른 검사가 수사했지만 같은 검찰 조직이 수사했는데 정 반대의 결과 나왔었죠. 정치만 생물이 아니고 검경 수사도 생물일 경우가 있다고 봅니다. 원칙을 어떻게 적용하고 어디 쪽에 방점 두느냐에 따라 수사 결과가 달라지는 거죠. 이게 맞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그런 현상이 아직까지 엄연히 벌어지고 있는 거죠.
●“좌표 찍기” vs “국민의 알 권리”
▷조아라 기자
두번째 주제로 넘어가보겠습니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이 대표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사들의 사진과 명단을 공개하면서 “어두운 역사를 남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미 나와 있던 자료를 모아서 정리한 것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인데 또 이 자료를 지역위원회에 전달한 것을 두고 “공격개시 명령을 하달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민주당의 진짜 의도는 뭐라고 보세요?


▶이승헌 부국장
동아일보 단독 보도로 처음 알려졌는데요. 현직 검사들 다 공직자 아닙니까. 게다가 한 검사 사진은 다른 사람이었어요. 공무원들을 마치 범죄단 조직도 짜듯이 자료를 만들어서 뿌리는 건 민주당 지도부가 최근 벌인 헛발질 중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을 거라고 봅니다. 이래서 아직 민주당이 운동권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 받는 거 아닌가 싶어요. 전달하는 매개체만 달라질 뿐이지 대자보 뿌리는 거랑 사고방식이 뭐가 다릅니까. 극단적인 이 대표 지지층에선 호응을 얻을 수 있어도 국민의힘 지지층은 물론이고 중도 성향의 사람들에겐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악수’라고 봅니다.

▷조아라 기자
한 장관은 “좌표 찍기”, “조리 돌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이런 민주당의 행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한 일반인을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지목했고요,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정경심 교수의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의 세평 문건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격했던 사건이 있었죠.

▶이승헌 부국장
민주당의 “좌표 찍기” 행위가 민주당 내부의 보편적인 행위는 아닙니다. 민주당 내에도 합리적인 판단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특정 타깃을 골라서 공격하려는 행태는 일부 민주당 내부 또는 그 주변 인사들이 반복적으로 하고 있어요. ‘팬덤 타게팅’ 이라 할 수 있는데 민주당 전체를 위해선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재명, 언제까지 버틸까
▷조아라 기자
앞서 민주당이 뿌린 자료만 봐도 이 대표 관련 의혹이 6가지나 됩니다. 아직 이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이 대표가 계속 포토라인에 서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이승헌 부국장
사안이 복잡할 땐 단순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사안이 많아요. 합산해서 부를 수도 있겠지만 수사를 담당하는 곳도 다 달라서 그럴 것 같진 않습니다. 반복적으로 검찰이 소환 통보를 하다 보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될 수 있어요. “한 번은 가서 조사 받아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고 검찰이 너무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죠. 그 지점이 어떻게 엇갈리고 분열될지 모르겠습니다만 판단을 잘 해야 되는 거죠. 이 대표 입장에서도 마냥 안나갈 수는 없기 때문에 지지층의 동정 여론을 응집시킬 수 있는 가장 정치적으로 유리한 시점을 골라서 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검경에서도 법과 원칙 뿐 아니라 수사에 가장 도움이 될 거라고 보는 시점을 볼 거예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피로감이 가장 누적되는 시점이죠. 이제는 시점을 찾는 문제가 될 거라고 봐요.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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