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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세렝게티에 서면 보이는 것들[서광원의 자연과 삶]〈64〉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입력 2022-12-08 03:00업데이트 2022-12-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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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세렝게티 생존 경영’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을 때다. 사람들이 물었다. “세렝게티가 뭐예요?” 낯선 단어이긴 한데 단순한 영어 같지는 않아서였을 것이다. 그때 알았다. 가수들이 자기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청하고 듣는 사람이야 처음이거나 어쩌다 한 번이지만 부르는 사람은 날이면 날마다 같은 노래를, 그것도 최선을 다해 불러야 하니 얼마나 고역인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지금도 자동으로 나온다. 아프리카 동부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초원 중 하나라고. 그런데도 상대의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싶으면 얼른 덧붙였다. ‘동물의 왕국’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단골로 나오는, 지금도 수백만 마리의 야생 동물들이 자연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 곳이라고. 그래도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으면 하나 더 보탰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라이언 킹’의 무대라고.

시간이 좀 지나자 질문이 달라졌다. “‘세렝게티 생존 경영’이 뭐예요?” 세렝게티에 뭐가 있다고 거창하게 생존과 경영까지 들먹이느냐는 말이었다. 그래서 또 말했다. 자연이 몇억 년 동안 축적해 온 생존의 지혜를 경영에 접목시키는 것이라고.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덕분인지, 아니면 선진국이 될수록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높아진다는 추세 때문인지 요즘은 이런 질문들이 많지 않다. 세렝게티를 아는 사람들이 꽤 많다. 가본 사람도 상당하다.

자동차로 달리고 달려도 오로지 지평선만 보이는 세렝게티 초원 한가운데에 섰을 때가 생각난다. 수백만 마리의 야생동물들이 살아가는 곳이기에 너무나도 역동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는데 완전히 달랐다. 강렬한 햇빛이 쏟아지는 푸른 초원은 정말이지 조용했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초원은 막막할 정도로 넓었고, 먹먹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햇빛 가득한 텅 빈 공간이랄까. 살랑이는 바람만이 이곳이 살아 있는 곳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그 느낌을 좀 더 진하게 느끼고 싶어 무릎 높이의 풀들이 가득한 초원을 조용히 걷기 시작했을 때였다.

“헤이, 스톱!(Hey, stop!)” 난데없는 외침 소리에 돌아보니 현지 가이드가 사색이 되어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다 사자들에게 채여 가는 건 순간이에요!” 엄포가 아니었다. 나 역시 다큐멘터리에서 수도 없이 봤으니까. 납작 엎드려 있으면 사자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조용필의 신곡 ‘세렝게티처럼’을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정말이지 한번 가볼 만하다. 노랫말처럼 좁은 시야가 탁 트인다. 조선시대 중국으로 가던 박지원이 넓은 요동 벌판을 보고 울었다는 게 실감난다. 세렝게티는 이곳 마사이족의 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이라는 뜻이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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