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안 파행은 우리 국회의 고질적인 병폐다. 2014년 국회법 개정으로 11월 말까지 예산안 심사가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정부 원안을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법정 시한 내 본회의 의결은 단 두 차례뿐이다. 예산안 지각 처리는 연례행사가 된 것이다.
예산안이 며칠 늦게 처리되더라도 심사만 제대로 이뤄지면 다행이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어차피 자동 부의될 것이니 예결위 차원의 심사는 건너뛰고 여야 극소수만 참여하는 예결위 소(小)소위에서 밀실 심사를 통해 뚝딱 합의를 이뤄내는 식의 관행이 반복돼 왔다. 올해도 겉으론 싸우면서도 지역구 예산 확보를 위한 개별 의원들의 막판 쪽지 민원 경쟁은 치열할 게 뻔하다.
여야는 “준예산 편성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자체 수정안 단독 처리도 가능하다”며 책임을 전가하기 바쁘다. 그러나 준예산은 전년도 예산안에 준해 잠정적으로 집행하는 예산으로 새로운 사업을 위한 예산 집행은 할 수 없다. 미국으로 치면 연방정부 ‘셧다운’과 비슷하다. 헌정사상 중앙정부 차원의 준예산 편성은 전례가 없다. 야당 단독의 수정안 처리도 유례가 없긴 마찬가지다.
예산안 처리에 이 장관 거취, 이태원 국정조사 문제 등이 뒤엉켜 연말 정국은 혼돈 그 자체다. 가장 시급한 것부터 매듭을 풀어가야 한다. 준예산도, 야당 단독의 수정안 처리도 안 된다. 오로지 경제와 민생의 관점에서 정기국회 회기 전까지 여야가 합의한 수정안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