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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북핵 대응 역량 결집이 최강의 확장억제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의 국방이야기]

입력 2022-11-29 03:00업데이트 2022-11-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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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 출처 북한 노동신문11월 18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 출처 북한 노동신문
윤상호 군사전문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지난달과 이달 초 핵무력을 앞세운 북한의 고강도 연쇄 도발에 대응한 군의 무력시위가 잇달아 불발되거나 차질을 빚은 사태는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미사일이 발사 방향과 정반대 쪽으로 낙탄이 되고, 비행 도중 사라지는가 하면 오작동과 장착 불량으로 발사조차 되지 않는 상황을 보면서 우리 군이 유사시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다. 과거 진보정권 5년간 ‘평화쇼’에 취해서 훈련과 대비태세를 등한시해 칼이 무뎌진 결과라는 비판이 많다. 대북방어에 한 치의 빈틈도 용납해선 안 될 군 지휘부는 일련의 사태에 대오 각성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국가 존망과 직결되는 전쟁 대비는 군 혼자의 몫이 아니다. 국가 총력전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에도 우크라이나가 꿋꿋하게 항전을 이어가는 원동력은 미국 등 서방세계의 지원뿐만 아니라 지도자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국민적 저력이라고 본다.

선제 핵 공격 협박과 미사일 연쇄 도발 등 북한의 전례 없는 군사적 위협에 직면한 우리는 어떠한가. 여야 정치권은 군의 잘못만 질타하면서 위기의 책임을 신구(新舊) 정권 탓으로 돌리며 ‘네 탓 정쟁’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뒤늦게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 규탄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해법을 두고선 여전히 딴 목소리다. ‘핵발톱’을 드러낸 북한의 막가파식 도발 앞에서도 자중지란을 노출한 격이다.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해도 세계 6위의 군사력과 11위의 경제력을 갖춘 한국이 호락호락 당할 리가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자살 행위와도 같은 대남 핵 공격을 북한이 감행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북한 핵 위기의 본질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필자는 본다. 인류 역사상 가장 야만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독재정권이 가공할 핵무기로 대한민국의 숨통을 겨눈 살얼음판 같은 안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군 고위 관계자는 “집권 10년간 증강 배치한 다종다양한 핵·미사일을 믿고서 젊고 호전적인 독재자가 오판할 개연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서울 불바다’를 연상케 하는 막가파식 도발 위협을 서슴지 않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향후 북한은 핵 실전 사용을 포함한 더 대담한 속전속결식 전쟁 계획을 획책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동시다발적 핵 타격과 사이버공격 등으로 한국 정부와 전쟁 지휘부를 일거에 무력화하고 미 증원전력의 출입로(주요 공항, 항구)를 파괴한 뒤 서울을 점령하고 추가 핵 공격 위협과 함께 휴전을 요구하면 한미가 백기 투항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미국이 개입하면 핵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 뉴욕과 워싱턴을 동시 타격하겠다고 협박하는 시나리오도 기정사실로 봐야 한다. 핵추진 항공모함과 B-1B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이 줄줄이 전개된 대규모 연합훈련에도 아랑곳없이 한미를 정조준해 괴물 ICBM인 화성-17형 등을 연이어 쏜 것이 그 증거다. 개전 초 대북 확장억제와 미 증원전력을 저지하기 위해 대미 핵 도발까지 불사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유사시 한국 내 불안과 혼란을 부채질하고 남남갈등을 극대화하는 데도 핵 위협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핵전쟁 위기의 책임을 미국의 탓으로 돌리는 가짜뉴스를 퍼뜨릴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 대처를 둘러싼 여야 정치권과 세대 및 이념 간 극심한 반목과 대결을 유도해 우리 정부와 군의 단호한 대응에 발목을 잡으려고 할 것이다. 핵을 활용한 전면 도발이나 대규모 확전 등 분초를 다투는 위기 상황에서 극심한 국론 분열과 진영 갈등은 한국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북한 지도부는 판단할 개연성이 크다.

군은 어떤 경우에도 북한이 핵을 사용할 수 없도록 억지하고 유사시 대응태세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안보 정쟁을 멈추고 북핵 대응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국민적 관심과 비상한 의지를 결집하는 데 구심점이 되길 바란다. 이를 통해 어떤 핵 협박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북한 정권에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을 북한의 핵 위협에서 지켜내는 가장 강력한 확장억제 수단이 될 수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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