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美 전 부통령 “文, 평창서 北 만남 ‘정중하게 강요’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0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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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개회식 모습. 앞줄 맨 오른쪽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부부가 앉아 있다. 바로 뒤줄에는 (오른쪽부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서 있다.
2018년 2월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개회식 모습. 앞줄 맨 오른쪽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부부가 앉아 있다. 바로 뒤줄에는 (오른쪽부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서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와 (북 측) 김영남의 만남을 ‘정중하게 강요(Politely force)’ 하고 있는 것이 명백했다.”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방한 당시를 이같이 회상하며 자신은 어떻게든 김정은 국무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등 북 측 인사와 공개적으로 대면하지 않으려 애썼다고 밝혔다.

그가 15일(현지시간) 펴낸 회고록 ‘신이여 나를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에는 이처럼 ‘평창 모멘텀’으로 북미대화 물꼬를 트려했던 한국,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의중을 알고 싶어 했던 북한,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며 대북 압박에 나선 미국의 동상이몽이 담겨 있었다.

펜스 전 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회식 전 정상급 지도자들을 위한 리셉션 및 만찬에서 “문 전 대통령이 자신과 김여정 김영남과 인사를 나누게 하기 위해 열성적(eager)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만찬 테이블도 이들과 한 자리에 배치하도록 계획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만찬 자리에 앉지 않았다.

만찬에 앞서 단체사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피하기 위해 아베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함께 일부러 늦게 도착했다고 했다.

“아베와 함께 일부러 늦게 리셉션 장에 도착했다. 행사장 문이 닫혀 있어 우리는 문 대통령이 우리를 이끌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문 대통령이 우리를 안내하며 천천히 김영남 쪽으로 이끌었다. (북미의 공개적 만남은) 북한의 승리가 됐었겠지만 말도 안될 일이었다. 나는 다른 대표단과 최대한 천천히 인사해 시간을 끌다 저녁을 먹지 않고 결국 행사장에서 나갔다.”

그는 개회식에서도 김여정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대신 문 전 대통령과 아베 총리에 가깝게 서 “북한에 대해 단결하는 한미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썼다. 문 전 대통령이 북미 대화 주선에 나선 배경으로 그는 “문 전 대통령의 우선 순위는 통일이었다”고 분석했다. 아베 전 총리와는 같은 호텔에서 묵고, 한 차로 이동할만큼 친분이 있었다고 과시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결국 북한은 우리 정부를 통해 펜스 전 부통령에게 비공개 회동을 제안했다. 펜스 전 대통령의 마지막 방한일인 10일 청와대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회담 시작 2시간 전에 북 측이 ‘평양의 지시’라며 돌연 취소했다. 그는 “내가 김여정을 무시한 것이 김정은을 짜증나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몇 주 뒤,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 앉아 있었다. 올림픽 참석에 대한 분노가 여전히 생생했던 그때 한국 대표단이 ‘북 측이 대면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가 왔다”전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1.6 의사당 난입사건을 멀어졌지만 그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본능적으로 주장하는 법을 알았다. 때때로 가장 합리적인 것은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때”라며 “과거 정부는 북의 도발에 UN 제재를 부과했지만 결국 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예측 불가능성이 김정은 정권을 상대하는데 이점을 준다는 것을 이해했다”고 썼다. 트럼프가 2017년 북의 도발에 대해 ‘화염과 분노’ ‘리틀 로켓맨’이라며 김정은에 모욕을 준 것도 계산된 ‘예측불가능성’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억류됐던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송환 문제를 오바마 정부에서 조기에 해결하지 못한 것을 두고 펜스 전 부통령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했으면 하는 희망으로 굽실거리기만 했기 때문”이라며 대북 압박을 강조하기도 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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