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통’ 핑계로 디지털 혁신 저해 말아야 [기고/이한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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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주 SaaS추진협의회장
이한주 SaaS추진협의회장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는 같은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로서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력과 자금을 갖춘 카카오였기에 더 안타깝다. 질책받은 만큼 개선하고 발전하길 바란다. 사회적 영향력과 사명감도 직시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이중화 등 재난 대응 조치를 강화해 서비스 단절에 철저히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핑계로 규제를 강화하고 아날로그 방비책을 세우자는 것은 쇄국정책과 다를 바 없다. IT 인프라는 데이터가 뛰노는 마당이다. 마당에 접근이 어렵다면 얼마 안 가 아무도 찾지 않을 것이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규제를 요구하기보다 현행법을 잘 살펴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IT 인프라는 초고속 연결망과 클라우드의 등장으로 빠르게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선도 전략이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압도적이다. 현대의 IT 기술력 격차는 단순히 삶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넘어 생존을 위협한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에 대비해 군수물자와 함께 디지털 안보 준비도 병행했다. 전쟁 발발 일주일 전 우크라이나 의회는 정부 및 민간 부문 데이터의 클라우드 이동 허용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드웨어 붕괴로 인한 소프트웨어의 소실과 다운을 막고 재건의 기반을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전쟁 중에도 정부 및 공공 서비스는 단절되지 않았고, 구호활동뿐 아니라 비즈니스와 금융, 교육도 지속되고 있다.

기존 인프라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디지털은 이를 대신한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통신망은 과부하로 중단되었지만 인터넷망은 기능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는 광장이 되었다. 일본의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기업 서버웍스는 전력 두절로 데이터센터가 가동하지 않자 적십자 홈페이지를 한 민간 클라우드 업체의 싱가포르 리전에 올렸고, 이를 통해 3조2000억 원의 구호 기금을 받았다.

한국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민간 기업의 서비스와 클라우드로 온라인 등교와 백신 예약 시스템을 구축해 신속히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기존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었다면 시도조차 못 했을 일이다. 민간 서비스의 기술적 우위와 민관 협력의 장점을 이미 경험했음에도 아직 변화는 더디다.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로 민간 서비스에 대한 불신마저 조성되고 있다.

민간 서비스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끝없이 도전한다. 창의성, 역동성, 무한한 연결성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간의 최신 기술을 국가가 적극 활용해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설익은 대처로 혁신의 가속도를 저해해선 안 된다. 그 대신 정부는 혁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격차로 인한 사회적 격차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역동적인 민간 주도의 국민 서비스 혁신을 시도하겠다는 의지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한주 SaaS추진협의회장
#카카오 먹통#데이터센터 화재#it 인프라#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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