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 내서도 비판 쏟아지는 이상민 장관 인식의 심각성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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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두고 ‘선제적’ 안전 대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회피성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장관은 그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했다. 어제도 “경찰과 소방 인력 배치 부족이 사고 원인이었는지 의문”이라고 거듭 말했다.

폭 3.2m의 좁은 비탈길에서 155명이 겹겹이 쌓여 압사한 최악의 참사였다. 코로나 거리 두기가 풀리고 첫 노 마스크 핼러윈 축제가 열리는 주말이라는 점, 심야 특정 시간대에 클럽이 밀집한 특정 장소로 인파가 몰린다는 점, 좁은 골목 위주의 지리적 특성 등을 감안할 때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데도 안전 담당 책임 장관이 경찰이나 소방 인력 문제는 아니라고 먼저 선부터 긋고 있다. 국민의 참담한 심정과는 거리가 먼 무책임한 태도로밖에 볼 수 없다. 오죽하면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교통 대책이나 안전 통행 대책이 굉장히 소홀했다”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장관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논란을 빚는 것은 유감이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겠나.

이 장관은 “핼러윈 인파가 예년 8만∼10만에서 올해 13만 명으로 30% 늘었고 경찰은 130여 명으로 40% 증원됐다”고 했다. 경찰 인력을 증원했으니 할 일은 했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자의적인 데다 더 본질적으론 단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장엔 경찰 137명이 배치됐다. 기동대도 없었고 대다수가 안전 확보나 현장 통제보다는 범죄 예방 및 불법 행위 단속을 위한 인원이었다. “뭔 일이 벌어지겠느냐”는 안일함 속에 현장 통제엔 손을 놓은 것이다.

10만 명이 찾은 최근 부산 BTS 공연의 사례를 보면 이번 핼러윈 축제에 대한 안전대책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알 수 있다. BTS 공연에는 경찰을 포함해 안전인력 2300여 명이 배치됐다. 핼러윈 축제는 주최 측이 없었던 만큼 극심한 밀집 상황에 대한 대비를 더욱 철저히 했어야 했다. 벌어질 일이 벌어진 게 아니다. 이 장관은 어제 오후 뒤늦게 “국민이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이다”라고 했다. 유감 표명이 아닌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 주무 장관으로서 깊이 성찰하고, “매뉴얼” 운운할 게 아니라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발생했는지 철저히 따지길 바란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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