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프리미엄’ 일본·중국 연계…1조원대 불법 외환 송금

  • 뉴시스
  • 입력 2022년 10월 6일 1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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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국 내 공범들과 조직적으로 연계해 1조원대 외화를 불법 송금한 사건이 검찰의 수사로 드러났다.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노려 조직적으로 대량의 가상자산을 투매한 후 이익금을 불법으로 해외로 빼돌린 것이다.

수천억원의 외화가 불법으로 1년여 동안 송금됐지만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사실도 밝혀져 시중은행의 외화 송금 시스템이 적정하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면밀한 점검도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방검찰청은 6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검 2층 회의실 선화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규모 불법 외화 송금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지석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지금까지 (대구지검에서 진행한) 수사 상황을 보면 1조6000억원 규모로 보이며 동원된 페이퍼 컴퍼니는 중국이 4개, 일본은 3개다”며 “(피고인들은) 은행을 상대로 먼저 범행을 시도 한 후 거액을 송금한 특성이 있다. 일본과 중국 범행 조직이 같은 지점을 이용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들 사이에 연관성은 없다고 보인다”고 했다.

중국에서 이전된 가상자산 관련 범행에 더 큰 조직 또는 제3국 유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뭐라고 드릴 만한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차장검사는 “정상적인 (은행의) 점검 시스템이 발동한다면 이런 부분들은 상당히 확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역대금을 증빙하는 서류들, 즉 제출하는 서류를 원래의 모습대로 진행됐다면 점검이 되거나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부분에 관심을 두고 보고 있다. 사실 이 사건 같은 경우는 굉장히 큰돈이 움직이긴 했는데 놀라운 것은 은행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몇 분만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굉장히 큰돈이 쉽게 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그런 패턴이었다”며 “금융감독 및 관계 기관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며 시중은행 외화송금 시스템 적정성 점검 필요성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차명계좌로 세탁한 매각대금…수입대금으로 속여 해외로

일본·중국 내 공범들은 피고인들 또는 이들이 사용하는 차명계정 전자지갑으로 가상자산을 이전하면 피고인들은 국내 거래소에서 매각했다. 가상자산 매각대금을 여러차례 차명계좌로 세탁한 다음 해외송금을 위해 사전에 설립하거나 확보해 둔 다수의 페이퍼 컴퍼니(유령법인 등) 계좌로 송금했다. 범죄수익금은 중국이 약 80억원, 일본이 47억여원으로 드러났다.

은행에는 임의로 작성한 인보이스 등 허위 증빙자료를 제출해 마치 회사들이 수입대금을 송금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해외 계좌로 송금했다. 피고인들은 해외에 있는 공범들과 사전에 약정한 일정 비율의 금액을 공제하고 송금하며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고인들로부터 외화를 송금받은 일본회사들의 대표이사, 직원들은 모두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었다. 한 회사의 대표이사는 국내에서 동종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일본으로 도주해 지명수배 상태로 알려졌다.

중국 범행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언제든 해외로 도피가 용이한 중국인들을 대표로 내세워 페이퍼컴퍼니를 차명으로 운영하며 철저하게 현금으로 거래하며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중국에 있는 공범과 유령법인을 통한 송금 방식을 공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치프리미엄’을 노린 일본·중국의 세력과 연계된 피고인들이 조직적으로 우리나라 거래소에 대량의 가상자산을 투매하고 이익금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해외로 빼돌리는 범행 구조를 최초로 적발했다. ‘김치프리미엄’은 최근 몇 년간 동일한 가상자산이 외국 거래소보다 국내 거래소에서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을 말한다.

◆은행 지점장의 적극적인 가담…시스템 적정성 점검 필요성 대두

시중은행 전 지점장은 피고인들의 거래에 대한 의심 거래 경고(STR Alert)를 임의로 본점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고 이 같은 사실을 피고인에게 알려주며 가상자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심 거래 경고는 은행 시스템에 은행 자체적으로 정한 의심 거래 유형을 입력해 해당 거래가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지점에 통보되게 하고 해당 지점은 통보된 거래의 문제 유무를 확인한 후 본점 보고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피고인들이 취득한 거액의 이익을 일본, 중국 등으로 빼돌리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외환을 외국으로 송금함으로써 외환 관리시스템에 심각한 부실을 초래하고 무역수지도 왜곡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시중은행의 은행원이 1년여동안 수천억원의 외화를 불법송금했음에도 아무런 제지도 받지도 않은 사실이 드러나 시중은행의 외화송금 시스템이 적정하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속기소 8명·불구속 기소 1명…여죄, 공범 등 수사 계속된다

추가 불법 송금 등 여죄 및 피고인들의 범행에 가담한 국내외 공범 등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할 예정임을 밝혔다.

검찰은 일본 거주 중인 우리나라 국적 공범 3명의 송환을 위해 범죄인 인도청구 등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중국으로 도주한 중국인 5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 중지했다. 범행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 시중은행 지점장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은행에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범죄수익 환수에 나선 검찰은 고가 외제차 3대(3억원 상당), 고가 콘도 분양권(2억6000만원 상당), 전세보증금 반환채권(5억원 상당) 등 12억원 상당의 부동산, 동산 등을 추징 보전했다. 나머지 범죄 수익도 계속 추적 중이다.

최 차장검사는 “현재까지 진행된 수사를 통해 구속된 피고인 등에 대한 기소는 이날로 모두 이뤄졌다”며 “이후 수사를 진행하며 드러난 혐의에 대해서는 추가로 기소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대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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