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틀, 콩쿠르 운영위원, 음악축제… 백주영 ‘불타는 가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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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 이어
내달 이자이 6곡 앨범도 발매
“이자이 소나타는 ‘환상’ 같은 곡”

서울과 지방을 하루에 오가는 엄청난 연주 스케줄을 소화해 내 ‘대만민국에서 가장 바쁜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는 백주영 교수. 프레스토아트 제공
“오늘 저녁엔 브루흐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에요. 내일? 낮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토요콘서트가 있어요. 저녁에는 전주에서 국악 콘셉트의 곡을 연주하고….”

가히 ‘대만민국에서 가장 바쁜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릴 만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서울대 음대 교수)과는 통화 약속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연일 바쁜 연주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그가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벨기에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외젠 이자이(1858∼1931)의 무반주 소나타 2, 3, 6번에 이어 끝 곡으로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를 피아니스트 이진상(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과 연주한다.

백주영은 2007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하루 두 차례 무대로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 6곡과 이자이 무반주 소나타 전 6곡 등 12곡을 전곡 연주하는 도전을 한 바 있다. 다음 달에는 소니 레이블로 이자이 무반주 소나타 6곡 전곡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제가 조금 일찍(29세) 대학에 몸담게 됐잖아요. 연주가 역할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죠. 당시 자신을 다잡는 의미에서 큰 도전을 했어요. 이제 세월도 흘렀고, 제가 느껴온 이자이를 다시 보여드리기로 마음먹었죠.”

그는 이자이를 ‘환상’이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바이올린이 낼 수 있는 수많은 색채를 표현할 수 있죠. 기교 위에 그 색깔들을 입혀야 하니 연주자로서는 도전이고요.”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그를 가르친 아론 로잔드가 이자이의 ‘손(孫)제자’(제자의 제자)라는 인연도 있다. 이진상과 함께 연주할 프랑크의 소나타는 프랑크가 이자이에게 결혼 선물로 선사한 작품이다. “다채로운 화성과 예측 못할 변화가 매력적인 곡”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달 30일 이자이 무반주 소나타 2, 3, 6번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은 “이자이의 곡은 바이올린의 수많은 색채를 입힐 수 있는 ‘환상’ 같은 곡”이라고 말했다. 프레스토아트 제공
이달 30일 이자이 무반주 소나타 2, 3, 6번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은 “이자이의 곡은 바이올린의 수많은 색채를 입힐 수 있는 ‘환상’ 같은 곡”이라고 말했다. 프레스토아트 제공
백주영은 10월 11∼25일 열리는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바이올린부문)에서 운영위원 겸 심사위원으로 활약한다. 그는 25년 전인 1997년 당시 ‘동아국제음악콩쿠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콩쿠르 2회 대회에서 21세 나이로 루마니아의 리비우 프루나루(현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악장)와 공동 1위에 올랐다.

“4반세기(25년)가 지나 새로운 유망주들을 뽑게 되다니…. 당시 백병동 선생님(작곡가)의 곡을 외워 연습하던 일, 저보다 어머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던 기억 등 모두 생생해요(웃음). 함께 1위를 한 프루나루와는 지금도 친하죠. 울고 싶어도 잘 못 우는 성격인데, 당시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기쁨의 눈물’이라는 말의 뜻을 알게 됐어요. 시상식 후 일주일 만에 외환위기가 터졌는데, 상금으로 큰 외화(5만 달러)를 받은 직후라 송구스러웠던 기억도 나고요.”

그는 10월에 열리는 서울국제음악제(SIMF)에서도 매년 맹활약해 왔다. 지난해에는 축제 악단인 SIMF 오케스트라의 악장 역할을 맡았다. 올해는 10월 30일 열리는 폐막 연주회에서 류재준의 현악4중주 협주곡 초연에 참가하고 실내악 시리즈에도 두 차례 무대에 선다. 그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일정으로 올해 악장 역할은 못 하게 되었어요. ‘서울’에 ‘서울’을 양보한 셈”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이자이 소나타#환상#리사이틀#음악축제#백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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