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머리 숙이게 만든 '개념' 셀럽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7일 12시 00분


코멘트

대통령 칭찬 듣는 미국의 개념 연예인들
겉만 꾸미지 않고 속도 채울 줄 안다

백악관에서 열린 ‘참전용사 유해물질 피해 보상’(PACT) 법안 서명식. 백악관 홈페이지
백악관에서 열린 ‘참전용사 유해물질 피해 보상’(PACT) 법안 서명식. 백악관 홈페이지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신청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83995



“We owe you big, man.”(큰 신세 졌네)

최근 백악관에서 ‘참전용사 유해물질 피해 보상’(PACT) 법안 서명식이 열렸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PACT 법안에 대한 연설 중에 객석에 있는 TV토크쇼 진행자 존 스튜어트를 가리켰습니다. “존, 당신이 아니었다면 해낼 수 없는 일이었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연예인이 백악관 행사에 참석한 것도, 대통령으로부터 칭찬을 듣는 것도 흔치 않은 일입니다. 스튜어트에게 기립박수가 터졌습니다.

“I owe you”는 “신세를 지다”는 의미입니다. “thank you”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뒤에 ‘big’을 붙였습니다. ‘big time’을 줄인 것입니다. PACT 법안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의 쓰레기 소각장의 독성물질에 노출된 참전용사들에게 의료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입니다. 전장의 소각장에 노출된 군인들은 귀국 후 각종 병을 앓아왔지만 PACT 법안은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협상 과정에서 몇 차례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고비 때마다 스튜어트는 법안 통과를 강력히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에서 증언하며 의원들을 설득했습니다. 자신이 진행하는 토크쇼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법안을 지지해온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스튜어트의 이런 노력들이 고마웠던 것입니다.

‘셀럽’이라고 불리는 유명인들은 자유분방한 사생활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과 정치문화가 다른 미국에서는 스튜어트처럼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유명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유명인의 이런 활동을 ‘celebrity activism’(셀럽 행동주의)라고 합니다. 의식 있는 ‘개념파’ 셀럽들을 알아봤습니다.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참전비 완공식에서 참전용사들과 함께 한 배우 톰 행크스(뒷줄 오른쪽).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뒷줄 왼쪽)도 참석했다. 위키피디아
“I’m all in. I’m in it for the long haul. Just tell me what to do and I’ll do it.”(참여하겠다. 장기적으로 참여하겠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려만 달라)

배우 톰 행크스는 진솔하고 꾸밈없는 이미지로 ‘Mr. Nice Guy’(좋은 사람) ‘America's Dad’(미국의 아버지) 등으로 불립니다. 행크스의 관심사는 제2차 세계대전입니다. 미국이 용감하게 싸운 전쟁이지만 젊은 세대에게 잊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크스는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에 단골 출연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더 퍼시픽’ ‘그레이하운드’ 등이 있습니다. 미니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 ‘마스터즈 오브 에어’ 등에는 제작자로 참여했습니다. 그는 참전용사들의 공적을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2010년 워싱턴 내셔널몰에 세워진 2차 세계대전 참전비 건립 운동을 주도했습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일에는 자비를 들여 작전에 참가했던 노병들을 데리고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을 방문했습니다.

행크스는 참전용사 단체인 ‘히든 히어로즈’의 캠페인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히든 히어로즈’ 설립자인 고(故) 밥 돌 상원의원은 일면식도 없는 행크스에게 단체에 참여해달라고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행크스는 돌 의원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I’m in”이라며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be 동사 다음에 나오는 ‘in’은 활동이나 단체에 참여한다는 의미입니다. 돌 의원은 행크스가 단체에 이름만 걸어놓은 ‘얌체 유명인’이 아니라고 합니다. 행크스의 열정에 대해 “he has responded to every request, taken every phone call, and posed for every selfie”라고 전했습니다. “모든 요청에 답하고, 모든 전화를 돌리고, 모든 셀카 촬영에 응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자선구호 활동을 벌이는 배우 안젤리나 졸리. 유엔난민기구(UNHCR) 홈페이지
아프리카에서 자선구호 활동을 벌이는 배우 안젤리나 졸리. 유엔난민기구(UNHCR) 홈페이지


“Anyone can put on a dress and makeup. It’s your mind that will define you.”(누구나 드레스와 화장으로 치장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2001년 캄보디아에서 영화 ‘라라 크로프트: 툼레이더’를 촬영하면서 내전의 참상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미국에 돌아온 그는 유엔난민기구(UNHCR)에 연락을 해서 세계 전쟁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바로 내전이 진행 중인 아프리카 시에라리온과 탄자니아 난민캠프로 떠났습니다. 난민 구조로 시작된 졸리의 자선활동은 공동체 재건, 빈곤국 아동 이주 지원, 여성인권 운동 등의 분야로 확대됐습니다.

졸리는 3명을 입양아를 포함해 총 6명의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자녀들을 자선활동 때마다 데리고 다니는 졸리가 최근 잡지 인터뷰에서 자신의 딸 3명에게 들려주는 메시지가 화제가 됐습니다. “외모는 누구나 꾸밀 수 있다. 너를 결정짓는 것은 마음, 즉 내적인 아름다움이다”라는 내용입니다.

‘put on’은 몸 위에 걸치는 것을 말합니다. 옷을 입는 것은 ‘put on clothes,’ 신발을 신는 것은 ‘put on shoes,’ 화장을 하는 것은 ‘put on makeup’입니다. put on‘ 다음에 ‘weight’가 오면 ‘무게를 걸치다,’ 즉 ‘살이 찌다’라는 의미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파티를 호텔 샤토 마먼트에서 열어 논란이 된 비욘세-제이지 부부. 비욘세 인스타그램 캡처
아카데미 시상식 파티를 호텔 샤토 마먼트에서 열어 논란이 된 비욘세-제이지 부부. 비욘세 인스타그램 캡처
“When you crossed the picket lines, you made it clear you were not on the side of working people.”(당신들은 시위대의 선을 넘는 순간 노동자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셀럽 행동주의가 언제나 칭찬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속 다르고 겉 다른 위선적인 모습으로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흑인 인권 활동을 벌여온 할리우드 ‘파워 커플’ 비욘세와 제이지 부부가 그렇습니다.

비욘세-제이지 부부는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 뒤풀이 파티를 ‘샤토 마먼트’이라는 호화 호텔에서 열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유서 싶은 이 호텔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경영진의 성추행 의혹 등으로 올해 초부터 직원들이 “이 호텔을 이용하지 말라”는 보이콧 시위를 벌여왔습니다. 비욘세-제이지 부부의 인권 활동과 호텔 직원의 상당수가 흑인 여성이라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호텔 이용을 취소하는 것이 옳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지만 부부는 개의치 않고 파티를 열었습니다.

호텔 노조 대표는 “배신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시위를 ‘picket lines’라고 합니다.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선을 의미합니다. ‘cross picket lines’은 ‘시위대의 선을 넘는다’는 뜻으로 ‘배신하다’는 의미입니다. 파티 주최자인 비욘세-제이지 부부는 물론 초대객인 킴 카다시안, 가수 리아나 등도 “무개념 연예인”으로 찍혀 욕을 먹었습니다.


● 명언의 품격


청문회에서 9·11 테러 구조요원 지원 연장 법안에 대해 열정적으로 증언하고 있는 존 스튜어트. 위키피디아
“You should be ashamed of yourselves.”(창피한 줄 알아라)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는 케이블 TV에서 ‘데일리 쇼’라는 토크쇼를 1999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동안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애플TV에서 비슷한 포맷의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토크쇼가 많은 미국에서 스튜어트의 토크쇼는 정치성이 강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스튜어트가 토크쇼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는 ‘제복에 대한 존경’입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군인, 소방관, 경찰관 등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튜어트는 이번PACT 법안 이전에 2019년 9·11 구조요원 지원 연장 법안(VCF) 통과 때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9·11 테러 당시 인명 구조와 잔해 제거에 나섰던 구조요원들은 각종 후유증 때문에 수천 명이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재원 부족을 이유로 이들에 대한 보상금을 줄이거나 연장하지 않았습니다. 스튜어트는 보상금이 끊길 위기에 처한 구조요원들을 토크쇼에 출연시켜 지원 연장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켰습니다. 2019년 지원 연장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직접 청문회에 출석했습니다.

스튜어트는 의원들을 향해 “you should be ashamed of yourselves”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당시 TV로 생중계된 청문회에서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우리나라 청문회와는 달리 점잖게 진행되는 미국 청문회에서는 고성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청문회장에는 정적이 흘렀습니다. 스튜어트는 이어 눈물을 글썽이며 “your indifference cost these men and women their most valuable commodity: time”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당신들의 무관심 때문에 이들은 가장 귀중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시간이다”는 내용입니다. 스튜어트의 심금을 울리는 증언 후 의회는 곧바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 실전 보케 360


TV 시사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한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 ABC방송 캡처
실생활에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시사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We get it.”(이해한다)

장 피에르 대변인의 대답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본인의 대답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지율 하락에 대한 난처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I get it” 또는 “We get it”이라고 답합니다. “알아들었다”는 의미입니다.

‘get’은 영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동사 중의 하나입니다. ‘얻다’라는 뜻 외에 ‘알다’ '이해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I get it”은 “I understand it”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장 피에르 대변인은 ’understand‘라는 단어를 써서 부연설명을 했습니다. “We understand what the American people are feeling at this time”라고 했습니다. 국민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I get it”과 비슷한 ”I got it“도 미국인들이 자주 씁니다. ‘got’은 ‘get’의 과거형이므로 “I got it”은 “이해했다”는 뜻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하겠다” “할 수 있다”는 미래의 의미입니다. 집에 전화벨이 울리면 가족 중의 누군가가 받아야 합니다. “내가 받을게”고 할 때 “I’ll get it”이라고 하지 않고 “I got it”이라고 합니다. “상황을 이해했기 때문에 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어려운 기계 사용법이나 컴퓨터 기능을 익힐 때 옆에서 친구가 시범을 보입니다. 친구가 “네가 할 수 있겠어?”라고 물을 때 “할 수 있다”고 답하고 싶다면 “I can do it”이 아니라 “I got it”이라고 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7월 13일 소개된 셀럽의 대통령 도전에 대한 내용입니다. 할리우드에는 다양한 셀럽들이 있습니다. 셀럽의 정치적 참여 방식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자선활동을 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직접 대통령 직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셀럽의 대권 도전은 진지한 정치 참여라기보다는 ‘해프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가수 겸 프로듀서 카녜이 웨스트. 위키피디아
▶2020년 7월 13일자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00713/101934701/1

최근 미국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카녜이 웨스트가 11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웨스트의 당선 가능성은 물론 출마 자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미국인들은 별로 없습니다. 화제를 만들기 위해 출마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선 때면 꼭 등장하는 ‘셀럽 출마자’들을 알아봤습니다.  

“So who better to captain the ship as the nation goes under than another unqualified, self-centered celebrity?”(또 다른 자기중심적 무자격 셀럽보다 이 침몰하는 국가의 선장 노릇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웨스트의 출마를 바라보는 미국 언론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점잖게 포기하도록 타이르거나 “어쩌다가 나라가 이렇게 됐나”하고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CNN은 후자입니다. “웨스트 같은 또 다른 자기중심적 무자격 유명인보다 이 침몰하는 국가의 선장 노릇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지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셀럽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더니 웨스트라는 또 다른 셀럽이 더 혼란을 부추긴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captain’은 ‘지휘하다’라는 동사로 쓰였습니다. 

“Just being mad doesn’t do anything. You’re just a toad.”(화만 낸다고 해서 되는 일은 없다. 뒷방 늙은이 신세일 뿐이다)

노동자 계층의 삶을 그린 TV 시트콤 ‘로잔느 아줌마’로 유명한 코미디언 로잰 바는 2012년 평화자유당 후보로 출마해 7만여 표를 얻었습니다. 최근 연예잡지 ‘피플’과 인터뷰에서 “당시 출마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실버 세대에게 참여 민주주의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어 출마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노인 세대는 화가 나 있다. 그렇지만 화만 낸다고 되는 일은 없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을 뿐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toad’의 원래 뜻은 ‘두꺼비’지만 여기서는 은유적으로 ‘기피인물’을 뜻합니다.  


“Nader cost us the election.”(네이더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 


랠프 네이더는 유명한 소비자보호 운동가입니다. 그는 소비자운동에 열심히 매진하면 좋았을 텐데 눈을 돌려 대선에 다섯 차례나 출마했습니다. 특히 2000년 대선 때는 수천 표 차이로 재검표까지 진행됐던 플로리다 주에서 수만 표를 얻어 결과적으로 민주당 패배에 중대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네이더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며 ”그가 다시 워싱턴에 얼씬거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화를 냈습니다. ‘cost’는 동사로 쓰일 때 ‘대가를 치르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