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보내려거든 차라리 죽여달라” 추방 위기 로힝야 난민 가족의 절규 [사람,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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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군부 학살 피해 고향 떠나
방글라데시 거쳐 작년 뉴델리 피신
불법체류 규정에 국외추방 위기

2018년 11월 15일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서 로힝야족 난민들이 미얀마 송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콕스바자르=AP 뉴시스
2018년 11월 15일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서 로힝야족 난민들이 미얀마 송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콕스바자르=AP 뉴시스
인도 뉴델리의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천막 단칸방이 세상 전부인 야스민(4)은 돌아갈 고향이 없다. 야스민 엄마 마흐무다와 아빠 레흐만은 미얀마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族) 출신이다.

5년 전 25일 미얀마 군은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댄 미얀마 라카인주(州) 로힝야족에 대한 대규모 토벌에 나섰다. 로힝야족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경찰 초소 24곳과 군 기지를 습격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두 달간 계속된 토벌로 어린이 730여 명을 포함해 약 9000명이 숨졌다.

야스민 부모는 변변한 세간도 챙기지 못하고 마을을 급히 떠났다. 며칠을 숨죽이며 걸은 끝에 국경 넘어 방글라데시 남동부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 왔다. 캠프는 넘쳐나는 난민으로 비좁았고 식량은 매일같이 부족했다. 1년 뒤 딸 야스민이 태어났다.

난민 미얀마 귀환을 추진해온 방글라데시 정부는 야스민 가족을 비롯한 캠프의 수천 명을 외딴섬 바산차르로 옮겼다. 난민들이 “감옥 섬”이라 부르는 곳이었다.

야스민이 세 살 되던 지난해 가족은 우여곡절 끝에 뉴델리로 왔다. 하지만 환경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매트리스도 없이 얼기설기 나무로 엮은 침대에서 가족이 함께 잤다. 불법체류자 신세여서 언제 적발돼 추방될지 몰라 숨죽이며 살아야 했다.

17일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인도 내무부가 로힝야족 난민을 불법체류 외국인으로 공식 규정하며 법에 따라 국외 추방 전까지 구금시설에 수용돼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아빠 레흐만은 “(우리 가족은 뭔가를) 훔치려고 온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온 것”이라며 “인도 정부도 우리를 원하지 않는다. 미얀마로 추방하려면 차라리 여기서 죽여줬으면 한다”고 절망적으로 말했다.

5년간 고향을 떠난 로힝야족은 100만 명에 이르며 이 중 85만여 명이 방글라데시 난민 캠프에서 살고 있다. 인도에는 1만∼4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인도 뉴델리#미얀마#로힝야족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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