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역량 떨어져도 조직력 살리는게 감독인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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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충격의 ‘도요타 참사’

“선수들의 개인 역량이 떨어지더라도 조직적으로 잘 대처하게 만드는 게 감독의 역할인데 이 부분이 미흡했던 것 아닌가 싶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7일 일본에 0-3으로 완패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경기 TV중계 해설을 맡았던 박문성 해설위원은 28일 이렇게 말했다. 대표팀을 지휘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사진)의 전술 운용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 카타르 월드컵까지는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며 “9월 두 번의 평가전을 제외하면 대표팀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주전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 때까지 부상 없이 잘 뛰길 바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 축구는 27일 일본에 0-3으로 지면서 첫 한일전(5-1 승리)이 있었던 1954년 3월 이후 68년 만에 처음으로 2경기 연속 세 골 차의 완패를 당했다. 경기 내용과 결과에 크게 실망한 축구 팬들은 벤투 감독의 발언을 접하고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표팀 사령탑이 숙적(宿敵) 일본에 일방적으로 밀리며 패해 놓고도 남 얘기하듯 경기 총평을 했기 때문이다. 일본전 패배 후 벤투 감독은 “일본이 90분 내내 우리보다 잘 뛰었다. 우리 선수들은 잦은 실수의 대가를 치렀다”고 했다. 팬들의 실망을 분노로 바꿔놓은 말이었다. 특히 벤투 감독이 일본과의 경기를 앞두고 “한일전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일본을 이기고 동아시안컵에서 우승할 수 있는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던 터라 팬들의 불만은 더 크다. 프로 데뷔 초기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기는 했지만 2015년 이후로는 거의 중앙수비수 포지션에만 섰던 권경원(감바 오사카)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린 것도 벤투 감독의 실수라는 지적이 많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일본 J리그의 권경원을 빼고는 전원 국내 K리거로 팀을 꾸렸고 일본 역시 전원 J리거로만 팀을 구성했다. 한일전 결과를 두고서는 일본 언론도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의 축구 전문 매체 사커다이제스트는 “한국은 너무 약했다. 첫 골을 내준 뒤 한국의 경기력은 비참했다”고 전했다. 크게 이겼다고 좋아하기엔 한국의 전력이 예상 밖으로 약했다는 일본 언론의 평가도 있었다.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대표팀 주장 김진수(전북)는 “우리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준비한 대로 잘 안 됐다”며 “이겼어야 하는 경기인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김진수는 일본전 완패로 대표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에 대해서도 “당연히 걱정되는 부분이다”라며 “하지만 아직 월드컵까지 준비할 시간이 있다. 다시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동아시안컵#일본#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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