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전 황실 마지막 잔치, 황제의 시선으로 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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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즉위 40돌 기념 ‘임인진연’
국립국악원, 내달 12∼14일 재현

국립국악원은 8월 예악당 공연 이후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협의를 거쳐 120년 전 궁중잔치가 실제로 열린 덕수궁 안에서 임인진연 재현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당시 연향이 펼쳐졌던 공간에서 임인진연을 재현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국악원 제공
국립국악원은 8월 예악당 공연 이후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협의를 거쳐 120년 전 궁중잔치가 실제로 열린 덕수궁 안에서 임인진연 재현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당시 연향이 펼쳐졌던 공간에서 임인진연을 재현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국악원 제공
“명년은 바로 우리 부황(父皇·아버지인 황제) 폐하의 성수(聖壽·임금의 나이)가 망륙(望六·60세를 바라봄)이 되시고 보위에 오르신 지 40년이 되는 두 가지 경사가 겹친 경사스러운 해입니다. 이 또한 우리 왕조에 드물게 있는 큰 경사이니 전보다 더욱 성대한 예를 거행해야 합니다.”

1901년 11월, 훗날 대한제국의 순종이 되는 황태자는 아버지 고종에게 이러한 내용의 상소를 올린다. 나라 안팎 어두운 정세 속 황실의 위엄을 세우고 군신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진연(進宴·궁중 잔치) 개최를 요구한 것. 고종은 “백성들에 대한 일이 황급하니 여유로운 일을 할 겨를이 없다” “잔치를 여는 일은 백성들이 먹고살기 어려운 지금 의논할 일이 전혀 아니다” 등의 이유를 들어 네 차례나 거절했지만, 황태자는 굴하지 않고 다섯 번째 상소를 올려 뜻을 관철시킨다. 고종 즉위 40주년이던 임인년(1902년), 덕수궁 관명전에서 열린 조선왕조의 마지막 궁중 잔치 ‘임인진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120년 전 열린 대한제국 황실의 궁중 잔치가 ‘새로운 임인년’을 맞아 공연 예술로 재탄생한다. 국립국악원은 다음 달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임인진연’을 재현한다.

연출은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서편제’의 무대를 만든 박동우 홍익대 교수가 맡았다. 창작을 가미하기보다는 사료를 바탕으로 충실한 재현에 초점을 맞춘다. 궁중 잔치의 절차와 음악, 춤 등을 기록한 진연의궤(進宴儀軌)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임인진연 도병(圖屛·그림들로 만든 병풍)을 참고했다. 진연의궤는 한글 번역본 800쪽에 달할 정도로 상세하다. 당시 진연은 남성 신하들과 공식 행사로 올린 외진연과 황태자, 황태자비, 좌우명부, 종친 등 황실 가족과 함께한 내진연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번 공연은 그중 예술성이 강한 내진연을 복원한다.

궁중 예술의 향연이 펼쳐질 무대는 120년 전 잔치가 열렸던 덕수궁을 재현했다. 공연 구성은 황제에게 일곱 차례 술잔을 올린 예법에 따랐으며 무용수들은 악사들의 궁중 음악에 맞춰 궁중 무용을 선보인다. 궁중 무용은 봉래의 헌선도 몽금척 가인전목단 향령무 선유락, 궁중 음악은 보허자 낙양춘 해령 본령 수제천 헌천수가 마련된다. 음악과 무용은 황제의 무병장수,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시공간 제약에 따라 공연 형식에 알맞게 각색한 부분도 있다. 예악당 무대 크기는 실제 임인진연이 열렸던 덕수궁의 절반 정도다. 참여 인원도 4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본래 임인진연은 하루 종일 치러졌지만 이번 공연에선 의례와 음식 올리는 절차 등을 생략해 90분으로 압축한다. 객석은 황제가 앉는 ‘어좌’와 같게 설정해 관객이 황제의 시선에서 진연을 볼 수 있게 했다. 전석 2만∼5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황실 마지막 잔치#임인진연#국립국악원#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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