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호황에 船價도 상승세… 조선업 장기 실적 ‘일단 쾌청’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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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올 수주목표 반년만에 달성”
후판가-구인난-전쟁 등이 변수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17만4000m³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0척을 수주했다. 이 중 오세아니아 소재 선주와 계약한 2척의 평균 선가(船價)는 2억4500만 달러(약 3185억 원)로 알려졌다. 2013년 해당 선종(선급) 수주가 시작된 후 최고가다.

수주 호황기로 접어든 국내 조선업이 선가마저 상승세를 타면서 장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하는 선박용 후판 가격 인상과 조선소와 협력업체를 가리지 않는 구인난, 전쟁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 등으로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 ‘선가 퍼즐’ 맞춰진 조선업
한국조선해양은 10일 최근 원유운반선(PC) 3척에 대한 건조 계약(2507억 원)을 체결하면서 이날까지 총 175억2000만 달러(약 22조7760억 원)의 건조 계약을 따냈다고 밝혔다. 6개월여 만에 올해 연간 수주 목표액이었던 174억4000만 달러를 초과 달성(100.5%)한 것이다. 특히 올 들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34척의 LNG 운반선을 수주했다.

선가는 수주 호황기에 들어선 국내 조선업의 실적을 결정짓는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졌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상반기(1∼6월) 수주량은 979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중국(935만 CGT)을 밀어내고 4년 만에 세계 1위를 탈환했다. 다만 2020년 t당 68만 원이었던 후판 가격이 올해 124만 원까지 치솟으며 수익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선가 상승이 뒷받침돼야 했던 이유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연평균 1억8500만 달러였던 LNG 운반선(17만4000m³급) 가격은 지난해도 평균 1억 9500만 달러로 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억1000만 달러를 시작으로 올해 3월 2억2000만 달러, 지난달 2억3000만 달러 등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 후판가·구인난, 속앓이 여전

업계는 수주 호황기가 2020년 하반기(7∼12월) 시작된 만큼 실적 반등은 내년 상반기부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 설계 및 건조 기간이 길어 조선업계 실적은 보통 2년 전 선가와 수주 결과에 좌우된다.

후판의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4월 t당 약 160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6월 말 기준 110달러로 낮아졌다. 2년간 두 배로 뛴 후판 가격이 다소 안정화될 조건이 갖춰진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여전해 원자재 가격 안정화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은 아직 많지 않다. 러시아 선주로부터 계약 취소 사례가 나오는 등 전쟁 리스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시 봉쇄됐던 중국 상하이 일대 조선소가 재가동되면서 ‘저가 물량공세’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불황기에 무너진 협력사 생태계를 되살리고 조선소와 협력업체를 가리지 않는 심각한 구인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LNG 생산량을 늘리는 ‘카타르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고 국내 조선3사가 관련 해운 선주로부터 첫 수주를 따내는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좋은 실적에 이은 성장은 결국 노조 이슈와 공급망 관리 등 리스크를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중공업그룹#한국조선해양#lng#조선업#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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