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사는 집은 조그만 북향집이라 해가 간신히 들어요. 하지만 약간의 빛이어도 자랄 수 있어요. 식물들은 해를 따라 고개를 움직여요. 축 늘어지기 시작하면 물을 달라는 거예요. 아무 기척 없어서 죽은 걸까 걱정할 때 새순이 돋아나기도 해요. 그때의 벅찬 마음은 말로 못 하죠. 분갈이를 하거나 물을 흠뻑 줄 때는 온종일 화분들을 옮기고 만지고 청소해 줘야 해요. 힘들지만 뿌듯해요. 때때로 내가 돌보는 것들이 나를 돌본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식물들 곁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힘이 차오르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저도 아이들을 돌볼 때 꼭 그런 마음이 들어요. 내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때때로 아이들이 나를 돌본다고 느끼거든요. 몸은 힘들지만 마음이 뿌듯해요. 생명이란 참 신기하죠.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눈길과 손길과 마음이 필요하니까요. 서로를 돌보는 일, 그게 함께 살아가는 일이라는 걸 알아가요.”
“살아있는 식물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잘 돌봐주세요. 일상이 온전치 못한 날들이었지만, 몸도 마음도 평소와 다름없기를 바랄게요. 무엇보다도 행복만큼은 늘 같은 날들이기를.” 헤어질 때 그에게서 수국 화분을 선물 받았다. 마음도 자란다. 자라나는 것들이 그러하듯 일일이 모두 아파보며 자란다. 하지만 곁에 또 다른 마음이 있다면 괜찮을 것이다. 꽃을, 사람을, 마음을 돌보며 행복만큼은 늘 같은 날들이기를. 나에게 온 푸른 수국을 가만히 껴안아 보았다.
고수리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