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과학 논문 저자로 이름 올리기 어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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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2개 대학 데이터 분석
女 전체 노동력 48.25% 제공해도 저자로 등재된 비율 34.85% 불과

영국 여성 과학자 로절린드 프랭클린은 생명 정보를 담고 있는 DNA가 이중나선 구조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X선 사진을 최초로 찍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은 195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프랭클린이 찍은 사진을 보고 DNA의 구조를 처음 예측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프랭클린의 이름은 없다. 20세기 생명과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을 한 인물 중 하나인데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과학에서 뛰어난 연구업적을 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평가 절하된 ‘다크 레이디’는 지금도 여전히 있다. 줄리아 레인 미국 뉴욕대 공공서비스대학원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결과를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요약하자면 과학 분야에서 여성이 남성과 같은 성과를 내더라도 논문 저자나 특허 발명가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과학계에서 남녀 격차가 아예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여성 과학자들이 남성보다 훨씬 적은 것은 물론이고 여성 과학자 한 명이 내는 평균 논문 수도 남성 과학자들보다 적다. 하지만 남성 과학자들이 여성 과학자들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받고 과학 연구기관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오롯이 남녀 실력 차이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레인 교수팀은 실제 연구에서 여성 과학자의 기여도가 얼마나 반영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2013∼2016년 미국 52개 대학 9778개 연구팀 12만8859명이 발표한 논문 3만9426편과 특허 7675건의 저자와 발명가를 분석했다. 논문과 특허 출원 과정에서 참여한 연구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48.25%였다. 그런데 정작 논문 저자로 올라간 경우는 34.85%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와 특허 개발의 참여도에 비해 학술적 기여도를 덜 인정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남성이 연구 기간 전체에서 논문 저자나 발명가로 이름을 올릴 확률은 21%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12%에 머무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논문 게재일을 기준으로 1년 내 연구팀에 합류한 남성과 여성을 비교했을 때 남성이 이름을 올릴 확률은 2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과학자들 스스로도 과학자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차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이후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 2660명에게 자신이 기여한 논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사례를 물어본 결과 ‘그런 일이 있다’는 답변이 남성은 38%, 여성은 43%였다. 자신의 기여가 과소평가된 일이 있다고 답한 경우도 남성 39%, 여성 49%로 차이가 났다. 레인 교수는 “기여도에 대한 격차가 과학 분야의 여성 경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젊은 여성들이 과학을 직업으로 추구하는 것을 막을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여성 과학자#과학 논문 저자#이름 올리기#남성보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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