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日과 진지한 대화 의향”… 한일 ‘안보협력’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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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6월 13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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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 2022.6.11/뉴스1
오른쪽부터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 2022.6.11/뉴스1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2일 “일본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의향이 있다”며 한일 안보협력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양국 간 과거사 문제부터 양국 군사당국 간에도 크고 작은 갈등 현안이 적지 않아 그 한계 또한 분명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연설에서 “한일 간엔 여러 현안이 남아 있지만,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현안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양측이 지혜를 모아 나가는 한편, 한일 간 안보협력 정상화는 물론,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일본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샹그릴라 대화 기간 중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과) 3차례 정도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며 “한일관계를 긍정적 방향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뉘앙스로 얘기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한일 간 안보협력의 필요성이 대두된 건 무엇보다 북한 때문이다. 북한은 12일 오전에도 서해상으로 방사포(다연장로켓포) 사격을 실시하는 등 올 들어 벌써 총 19차례(실패 1차례 포함)에 걸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포함한 각종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한이 올해 시험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상당수는 우리나라 주요 지역은 물론 바다 건너 주일미군기지 등까지도 사정권에 넣는다. 중거리탄도미사일이나 ICBM은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일본 열도를 넘어간다.

게다가 북한은 현재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제7차 핵실험을 위한 준비 작업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은 저마다 미국과의 군사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공동 대응을 모색해왔으나, 현재 한일 양국은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초기 탐지·분석 때부터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북한이 이달 4일 평양 순안 등 4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총 8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일본 측은 지구 곡률에 따른 레이더 음영지대 때문에 3곳 6발만 탐지할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쏜 지 닷새 뒤인 이달 10일 우리 군 당국 발표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총 8발의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수정 발표하긴 했지만, “한일 양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 서로 다른 분석 값을 내놓는 일이 반복되는 건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2016년 11월 체결된 한일지소미아는 북한군과 북한 사회 동향, 핵·미사일 정보 등을 공유하기 위한 군사협정으로서 양국이 가진 정보를 서로 보완하는 게 주된 목표다.

북한 방사포.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방사포. (평양 노동신문=뉴스1)
그러나 한일지소미아는 일본 측이 우리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을 문제 삼아 2019년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면서 ‘폐기’ 직전까지 갔다가 우리 측이 미국의 요구 등을 감안, 그 종료를 ‘조건부 유예’하기로 하면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다.

다만 한일지소미아를 통한 양국 간의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 공유가 지금처럼 ‘사후적’으로 이뤄질 경우엔 ‘분초를 다투는 긴급한 상황’에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군사 소식통은 “미국은 한일 지소미아 체결을 통해 한미일 3국 간 군사정보의 실시간 공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려고 했다”며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란 결국 동북아시아 역내에서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을 강화해 미국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리 군은 앞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도 각종 정보 공유와 고위 당국자 간 정책협의 등을 통해 협력수준을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3국이 이번 샹그릴라 대화 기간 열린 국방장관회담에서 탄도미사일 경보훈련과 탐지·추적훈련을 정례화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실시하기로 합의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주변국 중에서 우리에게 힘을 보태줄 수 있는 나라와 협력해야 한다. 거기엔 일본이 당연히 포함될 수밖에 없다”며 “한일 양국이 안보협력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과거사 등을 둘러싼 문제를 서로 자극하지 않고 봉합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군 안팎에선 2018년 12월과 이듬해 1월 각각 동해와 남해에서 발생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우리 해군함 근접 위협 비행사건에 따른 ‘앙금’도 한일 간 군사협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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