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 김현정 본부장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관객이 주인공 되는 주체적인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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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5월 24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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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를 끄는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블록버스터 영화와 닮았다. 깜깜한 영화관에서 홀로 빛나는 거대 스크린이 관객의 시선을 독점하듯, 넓고 어두운 공간에서 펼쳐지는 몰입형 미디어아트도 청각과 시각, 공간이란 재료를 활용해 사람들을 무아(無我) 상태로 만든다. 관객들의 평을 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감상하게 된다”는 얘기가 주로 나온다.

국내에 몰입형 미디어아트를 처음 소개한 김현정 디스트릭트 본부장은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압도적인 공간이 주는 아우라를 활용해, 전시관에 입장한 관객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에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전시는 뮤지엄 내 오브제가 중심이 되는 관조적인 관람이라면, 몰입형 전시는 관객이 주인공이 돼 작품에 주체적으로 몰입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디스트릭트 김현정 본부장, 출처=IT동아
디스트릭트 김현정 본부장, 출처=IT동아

이때, 해석이 동반돼야 하는 시각예술과 사람의 마음을 감각적으로 움직이는 음악이 동원된다.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서 프로젝션 매핑(대상물 표면에 빛으로 이뤄진 영상을 투사하는 방식)과 LED전광판 등이 활용된다. 김 본부장은 몰입형 미디어아트가 이러한 시각적/청각적 원리와 공간 그리고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융합 장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최초 몰입형 미디어아트인 빛의 벙커 사업총괄직을 맡아 사업 기획, 공간 선정, 조직 세팅, 마케팅/홍보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빛의 벙커는 2018년 11월 오픈하면서부터 학계와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개관작 ‘클림트 & 훈데르트바서’ 전은 11개월 동안 56만 명, 월평균 5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였다. 당시 미술 전시에서 최상위권에 속하는 성적이다.

김현정 본부장은 몰입형 미디어아트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공간의 아우라(Aura, 설명하기 어려운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간이 관람객이 압도감을 느낄 수 있는 규모여야 하는데, 최소 면적 500평과 높이 5m 이상 돼야 몰입감 있는 전시 환경이 완성된다. 김 본부장이 빛의 벙커를 기획할 때도 장소를 선정하는 데만 2년 이상이 걸렸다. 이렇듯 최상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를 구현하려면 공간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물리적 규모가 필요하고 외부와의 소음이 차단돼야 하며, 어둡게 연출할 수 있어야 하고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 도심지나 관광지에 위치해야 한다.

현재 그는 디스트릭트코리아 사업개발본부에서 아르떼뮤지엄 사업제휴 및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아르떼뮤지엄은 이터널 네이처(ETERNAL NATURE)를 주제로 자연 속 소재의 작품을 전시하는 국내 최대 몰입형 미디어아트 상설 전시관이다. 2020년 9월 아르떼뮤지엄 제주를 시작으로 여수와 강릉에서도 오픈했다. 공통 주제인 ‘자연’을 각 지역의 특색과 문화유산에 맞게 풀어내 여수는 바다, 강릉은 산과 계곡을 컨셉으로 관련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디스트릭트는 올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확산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북미, 홍콩,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와 협의 중이며, 2025년까지 전 세계 30곳 이상의 도시에 아르떼뮤지엄 전시관을 건립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김현정 본부장이 처음부터 문화예술에 몸을 담았던 것은 아니다. 학부 전공은 컴퓨터공학이었고, 졸업 후 포털 회사에 입사해 서비스 기획자로 일을 시작했다. 영화, 공연, 만화 등의 문화 분야를 담당하면서 문화산업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이러한 관심이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하는 경험으로 이어졌다.

르네 마그리트 전시회에 간 김 본부장, 출처=IT동아
르네 마그리트 전시회에 간 김 본부장, 출처=IT동아

“포털업계 기획자로 일하면서도 자기계발과 취미생활로 관심 분야였던 문화예술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문화예술 업종은 배경 지식이 부족하면 일을 추진하거나 업무 소통이 쉽지 않다. 예술경영 전공, 컬처 서비스 기획자 경력, 인문학과 문화예술 위주의 자기계발과 취미생활 등 누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사업을 추진하는데 시너지로 작용했다. 적성에 맞지 않았던 컴퓨터공학 학부 전공도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도움되었다”

김 본부장은 서양미술에 이어 한국미술도 연구 중이다. 그는 "일을 추진하기 위해 본질부터 파고든다. 연구와 탐색을 통해서 일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연구할수록 책을 읽을수록 파생되는 목록이 늘어나기에 늘 겸손한 태도로 사회생활에 임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예술은 사람들에게 향유되고 소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예술과 기술의 융합 장르인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에 대한 실무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학술적인 연구를 통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준 높은 예술 전시를 선보이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어, “문화예술 생산을 조직 관점에서 본다면 지식 산업과 마찬가지로 예술가, 매개자 등의 인적자원의 역할이 크다. 이에 창의성이 중요한 문화예술 조직을 리더십과 조직문화 관점에서 접근해 모델을 도출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IT전문 정연호 기자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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