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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위기때마다 외화 썰물 한국, 한미 통화스와프로 막아야”[인사이드&인사이트]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금융학회장)
입력 2022-05-24 03:00업데이트 2022-05-24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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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변동성 큰 한국, 대책은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금융학회장)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정상회담 개최와 함께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최근 한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이 유독 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원자재 값이 급등하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치솟는 물가에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공포가 퍼지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특히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오르며(원화 가치는 하락) 한미 통화스와프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환율은 무역을 버팀목으로 삼는 한국 경제에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 무역 의존도 높은 한국, 시장 변동성 커

우선 한국 금융시장은 왜 이렇게 변동성이 큰 것일까. 한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볼 때 세계 10위이며 1인당 GDP도 3만5000달러를 넘어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한국 금융시장은 외부 충격에 매우 민감하며 변동성이 크다. 한국 경제가 이와 같은 특성을 갖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한국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다. GDP 대비 무역액 비중이 시기에 따라 60%에서 110%를 오간다. 이웃 국가 일본은 20%에서 30% 정도여서 한국보다 무역 의존도가 매우 낮다. 한국이 무역 의존도가 커진 이유는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1960년대부터 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하자원과 자본재가 부족해 수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이를 수입해야만 했다. 따라서 수출을 늘릴수록 수출품 원료가 되는 자원, 자본재 수입도 늘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고, 결국 무역 의존도가 커진 것이다.

둘째, 한국은 금융 위기의 경험을 갖고 있는 국가다.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한국은 큰 고통을 겪은 바 있다. 금융 위기의 경험을 갖고 있는 국가에서 글로벌 투자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항상 예의주시하며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한국을 언제든지 금융 위기를 다시 겪을 수 있는 국가라고 보는 까닭이다.

셋째, 자본시장이 여타 국가에 비해 크게 개방돼 있다. 국제자본이 들어오거나 나갈 때 규제가 거의 없는 편이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한국 주식시장을 현금인출기처럼 이용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 외환보유액 늘었으나 위기 막기엔 역부족
이러한 이유로 한국은 시장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잘 쌓아두려고 노력했다. 특히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 한국은 외환보유액 고갈로 필수불가결한 의약품 등을 수입도 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을 경험했다. 그 후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를 통한 외환보유액 확충만이 외환위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믿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더욱 매진해 왔다.

한국 외환보유액은 현재 4615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세계 8위다. 중국(3조2000억 달러)과 일본(1조4000억 달러)에 비해서는 작지만 그 나름으로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수치가 외환위기를 방지하는 데 충분한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예전에 비해 큰 규모인 26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었지만 외환시장의 불안은 막을 수 없었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2008년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움직이는 일별 외환의 규모도 매우 커졌기 때문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외환보유액을 무작정 늘리는 것도 비용 측면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외환보유액의 많은 부분이 미국 국채인데, 미국 국채 금리는 매우 낮아서 다른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더 생기기 때문이다.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통화스와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은 통화스와프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2008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시장 안정
통화스와프란 한 국가의 요청에 따라 두 국가의 통화를 교환하고, 계약기간에는 이자를 교환하며, 만기 시점에는 처음 원금을 교환했을 때 적용했던 환율로 다시 원금을 교환하는 제도다. 쉽게 말하면 위기 때 원화를 미국에 맡기고 그만큼의 달러를 빌려오는 방식이다.

한국은 미국과 2008년 300억 달러, 2020년 6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금융 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기를 넘겼으나 통화스와프 협약은 작년 말 종료됐다.

한국은 한미 통화스와프로 외환시장의 안정을 가져온 경험이 여러 번 있다. 당시 국내 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해 어떠한 방법도 잘 통하지 않을 때 한미 통화스와프가 톡톡한 역할을 했다. 미국 달러화는 국제적으로 무역이나 투자에 사용되는 기축통화이지만 한국 원화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에 한국 정부가 위급할 때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원화와 교환해 사용하면 금융 거래에 도움이 되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위기가 발생했지만 정작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은 한국의 외환시장이었다. 2008년 초 900원 중반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같은 해 10월 29일 1427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다 한미 통화스와프 300억 달러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 만에 177원 급락해 1250원으로 내려와 시장을 안정시켰다.

그 후 얼마간 외환시장이 출렁거리기도 했지만 중기적으로는 안정을 되찾았다. 한미 통화스와프로 추가 공급된 300억 달러 외환 자체보다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라는 상징성이 외환시장의 불안감을 줄이는 데 더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 장기적으로 상설 통화스와프 협정 맺어야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서 한시적 통화스와프가 아닌 상설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맺는 경우 협정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외환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에 상설 통화스와프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 국가는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일부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에 예외적으로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게 해 달라고 요청하려면 정치적으로 큰 보상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 외환시장이 다른 신흥 국가에 비해서 지나치게 불안한 건 아니어서 한시적 통화스와프 체결도 쉽지는 않다. 현재 상황에서는 먼저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복원하려 노력하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상설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도모할 필요가 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금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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