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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시대가 바뀐다 해도 책의 힘은 영원하리니[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입력 2022-05-14 03:00업데이트 2022-05-1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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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이춘수 외 22명 글·강맑실 그림/296쪽·1만8000원·사계절
6일 경기 파주시 파주출판도시 지혜의숲. 사계절출판사의 창립 40주년 기념 전시 ‘사계절 40, 책·사람·자연’이 열리는 이곳엔 수십 명의 아이들이 붐비고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동화책 ‘마당을 나온 암탉’의 원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다른 아이들은 그림책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활용한 체험시설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그런데 한 초등학생 남자아이는 좀 다르게 전시를 즐기고 있었다. 아이는 홀로 벽에 신문기사를 붙여놓은 전시물을 보고 있었다. 소설가 홍명희(1888∼1968)의 장편소설 ‘임꺽정’ 출간과 관련된 파란만장한 사건을 다룬 기사들이었다. 1985년 사계절출판사에서 ‘임꺽정’을 출간하고, 국가에 의해 판매금지 조치를 당하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북한 개성에서 홍명희의 손자인 북한 작가 홍석중(81)과 ‘임꺽정’ 사용료 계약을 맺은 담판까지….

그제야 전시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출판물이 금지되는 일을 겪지 못한 아이들에게 이날 전시는 역사 공부의 장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 전시장을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곤 꼭 교육적인 목적에 얽매이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가득한 공간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책과 더 가까워질 수 있으니 말이다.

지난달 26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열리는 전시엔 하루 수백 명이 찾고 있다. 5월 5일 어린이날엔 2500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30, 40대 부모들은 1992년부터 출간된 학습서 ‘반갑다 논리야’를 보고 반가워하고, 아이들은 2020년 그림책 ‘이파라파냐무냐무’의 귀여운 인형 앞에서 논다. 독재에 항거하는 정신으로 세워진 뒤 주로 사회과학 서적을 펴내던 출판사가 어린이책으로 눈을 돌린 성과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전시장 한편엔 강맑실 사계절 대표가 그린 동네책방 23곳의 그림이 전시돼 있었다. 강 대표가 직접 동네책방을 순례하며 그린 그림들이었다. 소나무 숲과 야생화 정원에 붙어있는 경기 용인시 ‘생각을 담는 집’, 바다로 향하는 돌담길 옆에 서 있는 제주 제주시 ‘책은 선물’, 지은 지 60년이 넘는 건물에 들어선 충남 당진시 ‘오래된 미래’의 그림엔 강 대표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강 대표의 그림에 동네책방 주인장들이 직접 쓴 에세이를 묶었다. 책방 주인들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도 책의 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인천 ‘북극서점’ 주인은 “서점을 사랑한다”고, 제주 ‘책자국’ 주인은 “매달 꾸준히 책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고백한다.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신기한 일들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강 대표의 말처럼 출판계를 버티게 하는 건 이런 애정일지도 모르겠다. 전시장에서 뛰어놀던 아이도, 임꺽정 신문기사를 읽고 있던 아이도 책을 좋아하게 된다면 독자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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