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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김상운]청와대 문화유산 활용방안, 충분한 시간갖고 검토해야

입력 2022-05-13 03:00업데이트 2022-05-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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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문화부 차장
“맛집은 광화문 방면을 추천드립니다.”

1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춘추문 앞.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대통령경호처 직원이 청와대 전면 개방 행사를 찾은 관람객에게 나긋한 목소리로 안내했다. 대통령 관저 뒤편 오운정(五雲亭·서울시 유형문화재)에서도 “이게 뭐냐?”는 관람객 질문에 다른 직원이 마치 문화해설사처럼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 때 지은 건물”이라고 친절하게 답했다. 수년 전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이 있던 ‘여민 1관’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주위를 경계하던 직원들의 모습이 떠올라 순간 격세지감을 느꼈다. 최고 권부(權府)에서 국민 관광지로의 대격변이다.

이날 대통령실은 청와대 관람 신청 인원이 231만2740명에 이르자, 신청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국민의 관심이 이처럼 뜨겁지만 역사문화 공간으로서 청와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마스터플랜은 아직 없다.

이곳은 고려시대 남경의 이궁부터 조선시대 경복궁 후원, 일제강점기 총독 관저를 거쳐 광복 후 경무대와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약 900년의 장구한 역사를 품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청와대 안팎에 보물, 국가사적 등 61점의 문화재가 있다. 특히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관가(官街)가 들어선 광화문 육조거리를 비롯해 북촌, 서촌, 한양도성을 아우르는 역사 공간의 의미는 대통령실 이전 후에도 여전히 각별할 수밖에 없다. 문화계를 중심으로 문화유산으로서 청와대 활용 방안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존 문화재와 건축물을 놓고 볼 때 조선시대 경복궁 후원과 권부로서 근현대 건축물의 두 가지 성격에 주목하고 있다. 전자를 우선시한다면 1990년 시작된 경복궁 복원사업과 연계해 국가사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적으로 지정되면 주변 개발이 제한돼 주민 불편이 따를 수 있다. 청와대 본관이나 대통령 관저와 같은 현대 건물을 박물관 등으로 활용하는 데도 제약이 생긴다. 이에 따라 보존과 개발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근대역사문화공간’ 지정 방안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기자는 수년 전 휴가를 맞아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을 가족들과 둘러본 적이 있다. 구시가지 거리를 끼고 옛 일본영사관(현 근대문화역사관 1관)과 동양척식회사 목포지점(근대문화역사관 2관) 등 경제, 외교 침탈의 생생한 역사 현장이 늘어서 있어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역사관 내부는 각종 자료와 사진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꾸려졌다. 일제강점기를 책으로만 본 이들도 동양척식회사 건물 안의 거대한 금고를 보며 수탈의 실체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청와대 공간 활용과 관련해 참고할 만한 사례다.

지난달 한국건축역사학회가 주최한 ‘경복궁 후원의 역사적 가치와 현실적 의미’ 학술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청와대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고려시대 이궁 터 위치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칫 열띤 분위기에 휩쓸려 일을 조급하게 추진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상운 문화부 차장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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