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뒷날개]어휴, 일하기 싫지만 야호! 그래도 힘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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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박윤진 지음/312쪽·1만6000원·한빛비즈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지만 노동의 달이기도 하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고,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쳤던 독일 사상가 카를 마르크스(1818∼1883)의 생일이 5월 5일이다. 그래서인지 5월에는 노동에 관한 책이 다수 출간된다.

이 책은 제목부터 강렬하다. ‘버티기 장인이 될 수밖에 없는 직장인을 위한 열두 빛깔 위로와 공감’이라는 부제와 체코 태생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쓴 단편소설 ‘변신’을 암시하는 표지에 눈길이 간다. 마음속에 늘 사직서를 품고 출근하는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대목이 많다.

이 책은 23년 차 현직 회사원이 쓴 노동 에세이면서 독서 에세이기도 하다. 지금 대한민국 노동의 풍경을 묘사하고, 각 장면과 겹치는 책을 소개했다. 2017년 출간된 인문학서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사계절)에서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강상중은 “일이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자 나다움의 표현”이라고 썼다. 일로써 자아실현도 하고 공동체에 기여도 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최근 청년층에서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 빨리 일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 요즘 시대 분위기다. 파이어족이 지향하는 바가 단순히 돈을 많이, 빨리 벌겠다는 게 아니다.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고,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출근하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고, 만나기 싫은 사람을 봐야 하니 직장부터 관두고 싶다.

일은 고되다. 숨 쉴 공간조차 찾기 힘든 출퇴근길, 업무의 세세한 부분은 물론 화장실 가는 횟수까지 확인하려는 상사의 감시, 납득할 수 없는 평가 기준, 물가 상승에 비해 턱없이 낮은 연봉 인상, 임신과 출산으로 겪는 경력 단절, 비윤리적인 업무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무력감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직장인의 삶은 피곤하다. 나의 모습이자, 동료의 모습이다.

저자는 우리가 노동하는 곳이 얼마나 삭막한지, 함께 일하는 사람이 나를 얼마나 피곤하게 하는지를 묘사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문학, 철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직장인의 삶과 병렬적으로 소개하면서 책이 줄 수 있는 위안을 전한다. 승진 누락 이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직장인과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주인공의 동병상련에 주목한다. 학력과 학벌로 사람을 차별하는 조직문화에는 사회학서 ‘공정하다는 착각’을 인용하며 능력주의의 허상과 폐해를 지적한다. 철학서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언급하며 일을 할 때 부끄러움을 알라고 다그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던 대목은 여성의 경력 단절과 에세이 ‘자기만의 방’을 병렬적으로 다루는 대목이다. 자립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대목인데 엄연한 사실이다. 서글픈 우리의 노동이지만 생계를 위해서 월급은 소중하다. 벌레가 돼도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 모두 힘내자.



손민규 예스24 인문MD
#노동#노동자의 독서기#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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