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함께 떠나요! 세계지리 여행]70년간 아픔 겪고 있는 캐시미어의 고장 ‘카슈미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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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英식민지 해방 맞은 인도, 독립 과정서 힌두교-이슬람교 갈등
인도-파키스탄으로 분리 독립… 국경 지역에 위치한 ‘카슈미르’
정부가 인도 편입 결정하자 두 국가가 서로 견제하려 전쟁
폭탄 테러 등 무고한 주민들 피해

2019년 인도 관할 카슈미르에 떨어진 인도 공군 항공기 잔해 주변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당시 파키스탄 정부는 “파키스탄 공군이 관할 지역으로 넘어온 인도 항공기 2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부드감=AP 뉴시스
2019년 인도 관할 카슈미르에 떨어진 인도 공군 항공기 잔해 주변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당시 파키스탄 정부는 “파키스탄 공군이 관할 지역으로 넘어온 인도 항공기 2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부드감=AP 뉴시스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우리는 겨우내 입은 코트를 장롱 속에 보관하지요. 이때 코트의 소재를 보면 주로 양모가 많은데 그중 캐시미어라고 하는 고급 소재가 있습니다. 이 캐시미어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지방에 사는 캐시미어 산양의 보드라운 털로 짠 섬유입니다. ‘카슈미르(Kashmir)’의 영어식 표현이 ‘캐시미어(Cashmere)’로 둘은 같은 단어입니다. 과거 중국에서 출발하여 인도와 페르시아 일대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던 교역로 ‘실크로드’를 따라 캐시미어 섬유는 유럽까지 전해졌고, 유럽인들은 이 비싸고 귀한 소재를 ‘섬유의 보석’이라 부르며 코트를 만들어 입었습니다.

캐시미어의 원산지인 카슈미르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험준한 히말라야 산지 아래에 푸르디푸른 하늘과 맞닿아 광활하게 펼쳐진 고원의 모습은 누구나 감탄하기 충분합니다.
○인도-파키스탄-중국의 영토분쟁
이곳 카슈미르의 현재 상황은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비극에 가까운 지리상 분쟁을 겪고 있는 지역입니다. 카슈미르가 겪고 있는 분쟁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리 독립 때부터 시작됩니다. 오늘날 서로 다른 국가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본래 하나의 국가였습니다. 영국으로부터 식민지배를 당하다가 1947년 8월 15일에 해방됩니다. 우리나라와 인도는 연도가 다를 뿐 독립기념일과 광복절 모두 8월 15일로 동일합니다. 그런데 독립 과정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나뉘어 독립하게 됩니다. 이유는 두 국가의 종교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국민의 다수가 힌두교를 믿었지만 파키스탄은 국민의 다수가 이슬람교를 믿었습니다. 종교가 다른 것은 예상외로 큰 갈등을 불러와서 본래 하나의 국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두 국가로 분리 독립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분리 독립의 과정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 지역에 위치한 카슈미르는 인도에 편입되느냐 아니면 파키스탄에 편입되느냐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카슈미르 주민의 70% 이상이 파키스탄과 같은 이슬람 신자였지만 카슈미르를 지배하던 통치자는 인도와 같은 힌두교 신자였기 때문입니다. 여러 고민과 갈등 끝에 통치자는 카슈미르의 인도 편입을 결정하게 됩니다. 통치자의 결정에 대해 반대하며 파키스탄은 군사 개입을 결정하고 인도 역시 이에 맞서 파병하게 됩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곧 전쟁으로 돌입하게 되고 이때부터 카슈미르를 둘러싼 오랜 영토 분쟁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오늘날 카슈미르는 세 국가에 의해 점유 중입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중국까지 여기에 가세했습니다. 카슈미르의 가장 넓은 지역은 인도가 점유 중인 잠무 카슈미르와 라다크이며 두 번째로 넓은 지역은 파키스탄이 점유 중인 아자드 카슈미르와 길기트 발티스탄입니다. 그리고 중국은 가장 좁은 아크사이친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아크사이친은 본래 인도가 점유하는 지역이었는데 1962년 인도와 중국이 전쟁하며 중국이 아크사이친을 강제로 점유하게 됩니다. 카슈미르의 전체 면적은 22만 km²로 한반도와 비슷합니다. 우리 한반도는 둘로 나뉘어 있지만 카슈미르는 무려 셋으로 나뉘어 있으니 참으로 기구한 운명입니다.
○70년 넘는 갈등 속 커진 민간인 피해
카슈미르 지역의 주민들은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까지 가세한 영토 분쟁으로 고통 받고 있다. 부드감=AP 뉴시스
카슈미르 지역의 주민들은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까지 가세한 영토 분쟁으로 고통 받고 있다. 부드감=AP 뉴시스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곳 카슈미르를 두고 70년이 넘도록 갈등 중입니다. 1947년 1차 전쟁 이후 여러 차례의 군사적 충돌이 있었습니다. 2019년에도 잠무 카슈미르에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하여 인도 경찰 수십 명이 사망했습니다. 인도는 이 테러의 배후에 파키스탄이 있다고 주장하며 파키스탄 측 카슈미르를 전투기로 공습하게 됩니다. 파키스탄 역시 인도에 보복 공습을 감행했습니다. 두 나라 모두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라서 자칫 전면전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예상됩니다.

카슈미르를 둘러싼 분쟁이 지속될수록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카슈미르의 주민들입니다. 파키스탄 측에서 테러를 감행하면 인도 측에서 이를 빌미로 진압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무고하게 죽은 주민들의 수가 7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상대를 경계하기 위해 묻어둔 지뢰로 인해 무고한 민간인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으며 지뢰로 다리를 잃은 아이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띄는 비극의 현장입니다.

카슈미르 주민들은 자신들이 인도나 파키스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얘기합니다. 인도의 영토가 되든 파키스탄의 영토가 되든 필요한 것은 평화뿐이라고 합니다. 1000만 명이 넘는 카슈미르 주민들은 오늘도 공습과 진압의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70년 넘게 지속된 전쟁을 멈춰달라는 평화적 시위도 해보았지만 시위를 진압하는 군대의 고무탄에 얼굴을 맞아 실명한 주민만 1000명이 넘습니다. 1990년대 이후 발생한 카슈미르의 난민은 17만 명이 넘습니다.

히말라야산맥과 맞닿은 카슈미르의 하늘은 오늘도 푸르지만 카슈미르 주민의 얼굴에는 갈등과 전쟁으로 인한 수심만 가득할 뿐입니다. 카슈미르 주민들의 얼굴에도 그곳 하늘을 닮은 푸른 미소만이 감돌기를 기원합니다.


안민호 마포중 교사
#70년간 아픔 겪고 있는 캐시미어의 고장#카슈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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