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주 4일 유연근무제’ 도입… “근로시간-급여 그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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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주4일제 확산

일본의 전자·중공업 대기업인 히타치가 총 근로시간과 급여를 낮추지 않으면서 주 4일만 근무할 수 있는 유연근무 제도를 도입한다. 파나소닉, NEC 등 일본의 다른 대기업들도 주 4일제 시행을 준비 중이다.

정보기술(IT)이 고도화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다양한 업무 방식이 도입되면서 과감한 유연근무제 도입이 가능해졌다는 게 일본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주 4일제 등을 통해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고 근로 의욕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는 목적도 담겨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히타치는 도쿄 본사 등 직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비롯한 유연근무제를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히타치는 총 근무시간을 줄이지 않으면서 급여도 그대로 유지한다. 그 대신 하루 최소 3시간 45분은 일하도록 규정한 ‘근무시간 하한 규정’을 철폐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월∼목요일 하루 10시간씩 근무해 주 40시간을 채울 경우 금∼일요일 사흘간 쉴 수 있다. 월초에 근무를 몰아서 한 뒤 월말에 길게 연휴를 가는 것도 가능하다.

근무시간 하한이 없어지기 때문에 자투리 시간에 하루 1시간만 일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녀의 오전 학교 참관 수업 등이 있을 때 활용할 수 있다. 지금은 일단 출근을 하면 최소 한나절은 근무해야 했기 때문에 탄력적으로 근무하는 데 한계가 컸다.

주 4일제를 포함한 유연근무제는 일본에서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파나소닉은 올해 중 지주사 및 일부 자회사에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NEC는 본사 직원 2만 명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한 뒤 그룹 전체로 적용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과거에도 주 4일제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휴일이 늘어나는 만큼 근무일수 및 시간을 줄이고 그에 따라 임금도 적게 주는 구조였다. 적용 대상도 육아, 병간호 등 특별한 사정이 있어 장시간 근무가 어려운 경우로 제한됐다.

일본은 한국처럼 장시간 근무를 미덕으로 여기는 특유의 업무 문화가 좀처럼 바뀌지 않아 ‘일하는 방식 개혁’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의 신입사원이 과도한 업무량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뒤로 ‘과로 사회 일본’의 적나라한 실상이 알려지기도 했다.

닛케이는 “최근 정보기술과 산업 지형의 변화로 근로시간과 성과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게 됐다. 근로자에게 폭넓은 재량 근무를 인정하면서 업무 성과로 평가하는 제도 도입과 노동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주4일제#유연근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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