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용산 시대’ 모델은 백악관…“토리 데리고 다니면 만남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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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20일 22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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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3.20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3.20 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 주변 미군 기지 일부를 6월쯤 반환받게 되는데, 즉시 시민공원으로 개방하고 미국 백악관처럼 낮은 펜스를 설치해서 시민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할 생각이다. 공원을 조성하면 잔디밭에서 결혼식도 할 수 있지 않겠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직접 발표한 용산 대통령 집무실 구상은 ‘개방’과 ‘소통’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미국 백악관을 향해 있다. 참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일하겠다는 집무실 구상은 물론 용산 대통령실의 전체적인 그림도 ‘개방’을 중심에 뒀다.

윤 당선인은 이날 “저는 5월10일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바로 입주해서 근무를 시작할 생각”이라며 취임과 동시에 용산 국방부 청사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대통령 집무실은 현재 국방부 청사 2층에 있는 장관실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거나 3층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집무실과 같은 층에 비서실장과 대변인 등 핵심 참모들을 두는 등 대통령 가까운 곳에 참모진을 모아 원활한 의사소통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1월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고위 참모들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국정 연설 초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백악관).© 뉴스1
2016년 1월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고위 참모들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국정 연설 초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백악관).© 뉴스1
지난 1월 말 윤 당선인이 처음 이 같은 청와대 해체 구상을 밝히면서도 “미국의 경우를 보면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 주변에 참모들이 있고 웨스트윙(백악관 내 비서동)에 전문가들이 밀집해 있어서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며 백악관을 사례로 들었다.

백악관의 웨스트윙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와 국무회의실인 캐비닛룸, 부통령실과 비서실장실, 국가안보보좌관실, 대변인실 등의 사무실이 모두 1층에 모여 있는 개방형 구조다.

집무실 중앙에는 대통령과 참모들이 수시로 앉아서 회의하는 소파가 놓여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참모들이 이 테이블에 발을 올리고 오바마 대통령과 격의 없이 국정 연설 초안을 작성하는 모습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집무실은 문이 4개다. 북서쪽 문은 회의실인 루스벨트룸으로, 북동쪽 문은 국무회의실인 캐비닛룸으로 연결된다. 동쪽 문은 야외 기자회견을 하는 로즈가든, 서쪽 문은 접견실로 이어는 개방형으로 설계됐다.

미국 대통령들은 대부분 업무 시간에 집무실을 열어놓는다. 언제든 주요 각료나 참모들이 드나들며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통령 자신도 비서실장 방에 들어가 책상에 걸터앉곤 한다.

시민들의 접근성도 높다. 청와대는 도심과 거리가 다소 있지만 백악관은 연방정부 행정처와 연방법원, 국회, 박물관, 역사공원 등으로 둘려싸인 핵심통합 지역에 위치해 있다.

백악관은 또 대부분의 공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대통령 기자회견이나 시상식 등이 열리는 이스트룸, 대통령이 외빈을 맞는 공식 접견실인 블루룸·레드룸·그린룸, 차이나룸, 국빈만찬장, 이스트윙 등은 시민들로 북적인다. 반면 청와대는 외부만 관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대통령이 일하고 있는 모습과 공간을 국민들께서 공원에 산책을 나와서 언제든지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정신적 교감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정치인이 일하는 모습을 국민이 언제든지 지켜볼 수 있고 또 노출돼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훨씬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주변 참모들에 “내가 토리(반려견)를 데리고 돌아다니면 만남의 광장처럼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금 옮기지 않으면 나중에 옮긴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조감도 역시 전날 윤 당선인의 지시로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백악관 집무실은 가운데가 뚫린 담장 너머로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윤 당선인은 이를 모델로 삼아 용산 집무실도 시민공원에서 바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주변에 용산 이전 후 인왕산 길을 열고 ‘역대 대통령 박물관’ 등을 조성하면 도심의 명물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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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화 시점은 최대한 서두를 방침이다. 청와대 이전 TF(태스크포스) 팀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 면적의 4분의 1 정도가 오는 6월까지 반환되는데 다 국방부 인접한 부지”라며 “즉시 공원화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기자실도 백악관처럼 대통령 집무실과 같은 건물에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물리적 공간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의 의지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며 “용산 대통령실의 1층에 프레스센터를 배치해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시위로 인한 시민 불편 가능성은 없을까. 미국 역시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은 ‘시위 1번지’로 불린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이전 TF(태스크포스) 팀장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각종 시위로 인한 시민 불편 가능성과 관련해 “현장에서 그분들이 적절히 의사 표시를 할 공간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관저의 경우 윤 당선인은 웨스트윙과 관저가 같은 건물에 위치한 백악관과는 달리 국방부 청사에서 차로 3~5분 거리인 별도의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사용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별도의 관저를 대통령 집무실 공간에 신축할 수 있지만 아직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2017년 청와대 본관과 백악관 웨스트윙 내부를 비교 분석한 논문으로 잘 알려진 김영욱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미국 백악관뿐 아니라 독일 연방총리 관저, 영국 다우닝 10가, 프랑스 엘리제궁 등 대부분 서방 민주주의 국가에선 수평적 민주주의 구조 속에서 서로 의사소통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과 비서진이 수시로 부지불식 간에 만나는 공간이 형성된다면 위계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국방부 청사를 원활하고 효율적인 소통 구조를 담을 수 있도록 공간을 다시 잘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집무실은 중요한 공간인 만큼 외부 전문가들이 다양하게 참여해 열린 구조로 논의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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