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감정, 그림 보며 깨워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마음챙김 미술관’ 저자 김소울
미술치료사로 다양한 사람 상담
그림 통해 내면 돌아보는 법 담아

미술치료사 김소울 씨가 7일 서울 송파구 미술치료연구소에서 신간을 들고 있다(위 사진). 그의 뒤로 상담을 받으러 온 이들이 그린 그림이 붙어 있다. 르누아르는 궁핍했지만 ‘선상파티의 오찬’(아래 사진)처럼 여유가 느껴지는 그림을 그렸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타인의 사유 제공
미술치료사 김소울 씨가 7일 서울 송파구 미술치료연구소에서 신간을 들고 있다(위 사진). 그의 뒤로 상담을 받으러 온 이들이 그린 그림이 붙어 있다. 르누아르는 궁핍했지만 ‘선상파티의 오찬’(아래 사진)처럼 여유가 느껴지는 그림을 그렸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타인의 사유 제공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는 ‘3B’를 즐겨 그렸다. 예쁜 사람(Beauty), 아기(Baby), 동물(Beast)이 그것. 와인과 포도가 올려진 테이블 주위로 남녀가 여유롭게 대화하는 ‘선상파티의 오찬’(1881년),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은 이들이 춤추는 ‘물랭 드 가레트의 무도회’(1876년)에서는 가난이나 슬픔은 찾아볼 수 없다.

정작 르누아르의 삶은 여유나 행복과 거리가 멀었다. 7일 만난 ‘마음챙김 미술관’(타인의사유)의 저자 김소울 미술치료사(38)는 “르누아르는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궁핍했지만 행복하게 살기를 택했다. 고난이 닥쳐도 어떤 감정을 느낄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12일 출간되는 책은 그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다뤘다.

홍익대 미대를 나온 김 씨는 10여 년 전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술치료를 공부했다.

“대학 시절 힘든 일을 겪어 심리상담을 받았어요. 그때 위안을 얻어 그림으로 누군가를 치료해주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미술치료연구소를 차릴 때 세무서 직원은 “누가 돈을 내고 미술치료를 받느냐”고 물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내담자와 만나고 있어요. 성범죄 및 가정폭행 피해자, 우울증 환자, 진로 문제나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등 다양한 이들이 와요.”

그 역시 힘들 때마다 모네의 그림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정교한 역사화가 주를 이룬 19세기 초반, 빛과 그림자의 강렬한 인상을 표현한 모네의 ‘인상: 해돋이’는 “붓질조차 서툰 아마추어의 그림”이라는 악평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 작품은 인상주의시대를 연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는 데 모네의 그림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는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그림으로 덴마크 화가 게르다 베게너(1886∼1940)의 ‘릴리 엘베의 초상’(1928년)과 ‘창문 앞 두 여성’(1920년대)을 추천했다. 베게너는 화가 릴리 엘베(1882∼1931)가 세계에서 처음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기 전 남자였을 때의 아내. 그는 엘베의 초상화를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자 했다.

화가의 삶을 알아야만 그림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는 “감정 상태에 따라 똑같은 그림이 어떻게 달리 보이는지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했다.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을 정해 필요할 때마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른이 넘으면서 감정이 굳어버린 것 같다는 분들이 많아요. 누군가를 강렬히 사랑했던 감정, 미워했던 감정까지 다 묻어버리는 데 익숙해진 거죠. 그림을 통해 내 안의 잠든 감정을 깨워 보는 건 어떨까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김소울#마음챙김 미술관#미술치료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