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종전의 조건…“양측 모두 양보 불가피”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4일 10시 24분


코멘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도시와 민간인을 공격하는 사악한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협상을 통한 종전을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그러나 종전이 이뤄져야 인명살상도 중단된다. 협상이 중요한 이유다.

미국 CNN은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의 조건을 살피는 데니스 로드 전 미 중동특사와 윌리엄 데이비드슨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석좌연구원 공동 기고문을 실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협상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이스라엘에 협상 중재를 요청한 적도 있다. 푸틴도 협상에 동의했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 정부와의 협상보다는 정부 제거에 더 관심이 커보인다. 그렇더라도 종전에 이르는 협상과정이 어때야 하는 지를 살피는 일은 꼭 필요할 것이다.

해결방안이 마련될 수 있는 지는 앞으로 수일 또는 수주 동안 전쟁 진행과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현재까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하고 러시아가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괴뢰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광분하고 있다.

하리키우, 마리우폴, 키이우(키예프) 등지에서 미사일이 민간인들을 공격하는 와중에 러시아 외무장관은 추가적인 상황악화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전쟁이 완화될 조짐이 전혀 없는 것이다.

다만 서방이 부과한 강력한 경제제재가 앞으로 효과를 발휘하고 우크라이나군이 앞으로 몇 주 더 버티면서 러시아군에 피해를 입히면 푸틴도 출구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현 상황대로라면 협상 타결 가능성은 아직 요원하며 전쟁의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러시아가 결정적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우크라이나는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기간 점령하고 반란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 또 러시아 경제는 강도높은 경제제재를 오래 견뎌낼 수 없다. 러시아가 협상에서 양보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첫번째 협상에서 양국은 협상을 이어간다는 정도에만 합의했다. 2차 협상에서도 큰 진전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3일 진행된 2차 협상에서는 민간인들에게 피난을 위한 퇴로를 열어주는 것 외에는 종전을 위해 합의된 것은 없다.) 푸틴은 협상 진전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분명하며 아마도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고통을 가중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지려면 양측 모두가 양보해야 한다. 모든 협상에서 양보는 필수적이다.

양측이 양보할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일까? 우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미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 점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장 핵심적 명분이며 이 요구를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편 푸틴이 요구하는 비무장화는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다. 다만 평화가 확고하게 정착되는 것을 전제로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무기의 수량과 종류를 제한하고 우크라이나에 외국 군대가 주둔하지 않는다는데 우크라이나가 동의할 수 있다. 외부 세력이 우크라이나를 위협할 때에 대비한 대비책도 있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받아들이기 가장 어려운 대목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과 동부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지방의 완전한 자치 인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민스크 2차협정에 이미 명문화돼 있다.

또 우크라이나내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 보호에 집착하는 푸틴은 러시아가 지원하는 반군 지역을 포기하는데 강력히 반발할 것이다.

그렇다고 러시아에 맞서 영웅적으로 싸워온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들이 과도한 양보를 할 순 없을 것이다. 무장해제와 민주적 선거를 통해 구성된 정부를 해산하는 “탈나치화”는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한편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못지 않게 양보를 받아낼 생각일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러시아군의 철수다. 우크라이나 접경에 배치된 러시아군 대부분도 물론 함께 철수해야 한다. 이 지역 우크라이나 주민들과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한 채 평화적 삶을 이어갈 순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군 철수와 단계적 제재 완화를 연계할 수 있다. 러시아가 합의를 지키는 지 집중 감시하면서 러시아가 위반할 경우 제재를 복원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러시아가 침공을 계속하는 동안 세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 무기와 의료지원 기타 중요 전쟁 물자는 러시아가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고 합의를 존중할 의사를 보일 때까지 계속 공급돼야 한다.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미군 또는 나토군 파견에 반대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입장은 옳은 일이다. 핵보유국을 궁지로 몰면 안된다.

푸틴의 핵무력 위협은 그가 힘을 가지기는 커녕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다. 푸틴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게 만들어 재앙이 벌어지도록 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협상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푸틴이 젤렌스키를 몰아내는데 성공할 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러시아군 역시 큰 피해가 불가피하며 푸틴이 만들어낸 괴뢰 정부도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되고 푸틴은 러시아에 더해 추가적인 경제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제재로 인한 경제난으로 러시아에서 푸틴에 대한 반대가 커지면서 푸틴의 권력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장기적으로 버텨내는 경우 사람, 경제, 정치, 사회적 고통이 가중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협상을 원하게 될 수 있다. 양측은 자신이 원하는 전부를 얻어낼 수 없다. 도덕은 옳고 그름이 분명하지만 외교는 그렇지 않다.

양보는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이 지속되는 것보다는 무한대로 소중한 일이며 푸틴처럼 비합리적으로 전쟁을 벌이는 경우라도 외교를 통한 해결은 가능하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