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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길진균]‘줄 잘대면 인생역전’ 대선 5년장 이제 마침표를

입력 2022-01-01 03:00업데이트 2022-01-0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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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간 인사들 재취업 시장으로 변색된 대선캠프
‘코드인사’ 부추기는 시스템 근본적으로 바꿔야
길진균 정치부장
20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의 해로 들어섰다. 3월 9일 대선까지 D-67, 두 달 남짓 남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레이스는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도 있겠지만, 차기 정부에 대한 희망과 기대는 오간 데 없고 그들만의 자리싸움이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를 키우고 있다.

선거가 막바지를 향하면서 각 후보 캠프에는 ‘인재영입’이라는 이름 아래 위원회니, 포럼이니, 특보단이니, 부대변인단이니 하는 소그룹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들여다보면 교수, 전직 관료, 한물간 정치인들의 줄서기가 요란하다. “○○○는 △△△캠프로 갔다더라” “○○○는 △△△에게 줄을 대고 캠프 직함을 받는 데 성공했다” 등의 말들이 끊이지 않는다.

대선 캠프는 민주화와 대통령 직선제의 산물이다. 그렇지만 캠프 선거 도입과 함께 ‘자리’를 논공행상의 대가로 나눠주는 행태는 1987년 이후 선거를 거듭할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회창 대세론’이 회자되던 2002년 이 후보 캠프에서 이 후보를 돕겠다고 나선 교수가 100명이 넘었다고 해서 ‘폴리페서(polifessor)’라는 조어(造語)가 만들어졌다. 대학 강단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꾸려진 문재인 대통령의 싱크탱크 ‘국민성장’에 참여한 교수와 전문가는 1000명을 넘어섰다. 4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그 규모가 10배 이상으로 커진 셈이다. 대통령 선거가 반복되면서 대선캠프 참여→정권 창출→낙하산 인사로 이어지는 일부 인사들의 줄 대기 ‘성공신화’가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이제 대선 캠프 참여는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인사들에게는 출세(出世)의 공식이 됐다. 여의도에서는 “대한민국 최대 복권은 로또가 아니라 대선 캠프”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다양화된 사회상에 걸맞게 그 대상과 규모도 커져서 예전에는 정치인과 일부 교수 등에게 주로 해당됐던 캠프 참여가 지금은 전직 행정부 관료, 전직 장성, 전문직, 체육인, 연예인 등 사회 전 직군을 망라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약 1만 개에 이른다고 한다.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은 빚 독촉하듯 자리를 요구하고, 이들은 정권의 영혼 없는 심부름꾼 노릇을 한다. 민주당 주변에는 문재인 정부 5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들어선 지금도 5년 전 받은 대기표를 들고 청와대의 전화만 기다리고 있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동지’들을 정부 및 사회 각 영역에 배치하는 것은 책임정치 구현 차원에서 어느 정도 필요하다. 문제는 능력도 안 되는 사람들을 대선 과정에서 도움을 줬다는 이유만으로 낙하산에 태워 내리꽂는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코드인사와 편 가르기를 끊임없이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공직을 전리품으로 쓰지 않겠다는 후보들의 공약은 어차피 지켜지지 않는다. 5년마다 반복되는 물갈이와 낙하산을 둘러싸고 시비를 벌일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를 엄격하게 규정하는,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합법적 시스템을 구축할 때가 됐다.

길진균 정치부장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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