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해체가 오노 요코 때문? 이 다큐에선 정반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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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 다큐 ‘비틀즈: 겟 백’
마지막 앨범-공연 등 한달 담아
‘해체 이유’ 세간의 통설 뒤집어

‘비틀즈: 겟 백’의 옥상 콘서트 장면. 왼쪽부터 링고 스타, 폴 매카트니, 존 레넌, 조지 해리슨. 디즈니플러스 제공
‘비틀즈: 겟 백’의 옥상 콘서트 장면. 왼쪽부터 링고 스타, 폴 매카트니, 존 레넌, 조지 해리슨. 디즈니플러스 제공
러닝타임 7시간 48분. 판타지 영화 ‘호빗’ 3부작(2012~2014년)에 맞먹는 길이다. 그러나 여기엔 용도, 마법사도, 골룸도, 드넓은 중간계나 장엄한 ‘외로운 산’마저 없다. 카메라는 저 긴 시간 동안 주로 네 명의 비틀스 멤버와 몇몇 스태프, 영국 런던의 스튜디오 구석구석을 비출 뿐이다.

디즈니플러스가 22일 공개한 비틀스 다큐멘터리 ‘비틀즈: 겟 백(이하 겟 백)’은 1969년 1월 2일부터 30일까지의 기록이다. 마지막 앨범인 ‘Let It Be’를 녹음하고, 역사적인 최후 공연인 런던 애플사(社) 옥상 콘서트를 하기까지 멤버들이 반목하고 화해하며 합주하는 모습을 담았다. ‘반지의 제왕’ ‘호빗’의 피터 잭슨 감독이 210시간 분량의 미공개 영상과 음성을 열람하고 편집해 완성했다.

한국의 대표 ‘비틀마니아’(비틀스 광팬)들과 관람 후기를 나눠봤다. 서강석 한국비틀스팬클럽 회장, 비틀스 헌정 밴드 타틀스(2010년 결성) 리더 ‘전 레넌’(본명 전상규) 씨, 각각 대구와 경남 진주의 소문난 비틀마니아인 김태훈, 손승남 씨다.

2021년에 찍은 듯 선명한 화질이 먼저 마니아들의 동공을 확대시켰다. 서 회장은 “비틀스의 스튜디오 안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타임머신을 타고 들어가 생생하게 지켜보는 듯 감격스러운 순간”이라고 했다. 김태훈 씨는 “첨단 디지털 기술 덕에 활기차고 창조적인 밴드를 관계자가 돼 옆에서 보는 듯 리얼했다”고 말했다.

통설을 뒤집는 스토리는 특종감이다. 존 레넌(1940~1980)이 당시 연인 오노 요코를 제작 현장에 끌어들인 것이 멤버 간 불화와 해체(1970년)를 촉발했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겟 백’이 포착한 녹음실 풍경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요코는 시종 조용한 관찰자다. 심지어 폴 매카트니가 요코, 레넌과 즐겁게 합주하는 장면도 여럿 나온다. 손승남 씨는 “비틀스를 깨고 나오고 싶었던 것은 조지 해리슨이지 레넌은 그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까지 보인다”고 했다. ‘겟 백’의 축약판격인 80분짜리 다큐멘터리 ‘렛 잇 비’(1970년)에 편집된 모습이 오해를 불러 현재의 통설을 만들었으리라는 게 손 씨가 내린 결론이다.

‘겟 백’의 핵심 미덕은 음악이다. 네 마법사가 희대의 명작을 만드는 ‘연금술’ 과정에 집중했다. ‘Get Back’ ‘The Long and Winding Road’ ‘I Me Mine’ 같은 명곡의 초안이 제시되고 네 멤버가 달려들어 다투고 타협하며 편곡하는 과정이 백미. 매카트니가 피아노 앞에 앉아 ‘Let It Be’를 얼기설기 만들어내는 동안 다른 멤버들이 심드렁하게 다른 이와 대화하거나, 매카트니와 레넌이 미소를 머금고 마주 보며 부르는 ‘Two of Us’의 이중창 장면은 뭉클한 감정의 소용돌이마저 일으킨다.

전 레넌 씨는 “음악성의 정점에 오른 20대 후반의 멤버들이 ‘우리가 하는 게 곧 길’이라는 듯 폭발하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그 민낯을 장시간 그대로 담았다는 게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기존 비틀스 이야기를 속속들이 꿴 마니아들이라면 대사 한 줄 한 줄 손에 땀을 쥐며 감상할 만하다. 여러 가지 새 해석의 가능성을 자극하므로 누군가에게는 스릴러나 SF 이상의 긴장감을 줄 대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니아가 아니라면 기나긴 대화와 러닝타임을 충분히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게 다름 아닌 마니아들의 조언이기도 하다.

‘겟 백’에 실린 음악과 이야기는 음반 ‘Let It Be (슈퍼 딜럭스 버전)’(10월 발매), 책 ‘비틀즈 : 겟 백’(항해·내년 1월 14일 출간 예정)에서도 더 살펴볼 수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피터 잭슨 다큐#비틀즈#렛잇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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