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본색… “여성 72km 이상 이동시 남성친척 동행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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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미착용시 교통수단 제공 불가… 여성 TV기자도 히잡 의무화” 지시
인권단체 “여성을 죄수로 만들어”

부르카-히잡으로 가린채… 유엔 현금지원에 늘어선 줄 11월 20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부르카를 입은 여성과 히잡을 두른 
여자 아이가 사람들과 함께 현금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 날 배분을 담당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8월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후 경제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수천 가구의 아프간 국민들이 WFP에 지원을 신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불=AP 뉴시스
부르카-히잡으로 가린채… 유엔 현금지원에 늘어선 줄 11월 20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부르카를 입은 여성과 히잡을 두른 여자 아이가 사람들과 함께 현금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 날 배분을 담당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8월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후 경제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수천 가구의 아프간 국민들이 WFP에 지원을 신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불=AP 뉴시스
8월부터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통치하고 있는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이 여성이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반드시 남성 친척을 동행하도록 하는 여성 억압적인 정책을 발표했다고 26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사데크 아키프 무하지르 권선징악부 대변인은 이날 “72km 이상의 거리를 여행하려는 여성이 가까운 남성 가족과 동행하지 않으면 차에 태워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에게는 교통수단을 제공할 수 없으며 TV에 등장하는 여성 기자들 또한 반드시 히잡을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AFP통신은 탈레반이 이날 언급한 히잡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복식을 말하는지 불분명하다며 통상적인 히잡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반적인 히잡은 얼굴을 내놓은 채로 머리와 목만 가리는 스카프를 뜻하나 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니캅, 눈까지 가리는 부르카 등 여성의 신체를 더 많이 가리는 복식이 존재한다. 1996∼2001년 탈레반의 첫 집권 당시 아프간 여성은 반드시 부르카를 써야 했다.

탈레반은 재집권 직후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라 여성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첫 집권 때처럼 여성 교육이나 취업을 금지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던 점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성이 출연한 TV 드라마의 방영을 중단하는 등 여전히 억압적인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아프간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 청소년의 교육이 실시되지 않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또한 이번 히잡 의무화가 여성들을 사실상 죄수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탈레반#아프가니스탄#히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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