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에 신생아 버리고 도주한 부부, 알고 보니 첫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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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23일 1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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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생후 3일 된 신생아를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산후조리원에 버리고 도주한 30대 부모가 구속됐다. 이들은 과거에도 첫째를 낳아 산후조리원에 비슷한 방법으로 애를 맡기고 잠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경찰청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아동 유기·방임)로 사실혼 관계인 30대 남성 A 씨와 30대 여성 B 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A 씨와 B 씨는 지난 3월 6일 제주지역 한 산후조리원에 태어난 지 3일밖에 안 된 아들 C 군을 유기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산후조리원에 “잠시 집 정리를 하고 오겠다”며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C 군을 맡기고 잠적했다.

이후 산후조리원 관계자가 이들 부부에게 계속해서 연락했으나 이들은 자녀 양육을 끝내 책임지지 않았다. 시설 이용료도 내지 않아 산후조리원에서 자비를 들여 아이를 돌봤다.

결국 지난 4월 26일 산후조리원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에게 출석 요구를 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소재 파악에 나선 경찰은 지난 19일 경기도 모처에서 이들을 검거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생활고에 시달렸고 당장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부는 2019년 10월에도 첫째 애를 출산했지만 방임했다. 이 첫째 자녀는 B 씨가 전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A 씨를 만나 가진 아이였다.

현재 이 부부의 두 아이는 모두 출생신고가 안 돼 있는 상태다. B 씨가 전 남편과의 혼인 중에 첫째 애를 임신한 터라 출생신고를 하면 전 남편의 자녀가 되기 때문이다.

민법은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로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의 경우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3월 B 씨는 전 남편과 이혼했다.

이미 B 씨는 첫째 자녀에 대해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생후 6개월 이내에 필요한 필수 예방접종 등을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제주경찰청 최재호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장은 “신생아를 버린 부모의 죄도 중하지만, 법률상의 여러 이유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영민 동아닷컴 기자 mindy59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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