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방의 초심과 소방발전 4.0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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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교 소방청장
이흥교 소방청장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언제든 18개월 안에 파산할 수 있다”고 수시로 경고했다. 현재에 자만해 하던 대로 하다가는 몰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한국 소방은 그동안 고속 성장을 해왔다.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지금이 최성기일지도 모른다. 단독 소방청 개청, 6만5000여 명으로 늘어난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등이 이를 대변한다.

소방은 성장과 함께 대내외적으로 여러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재난과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 재난 증가, 도시화·고령화 등 재난 환경 변화, 여기에 MZ세대의 부상과 소방노조 설립 등에 따른 내부 고객의 다양한 요구 분출이 이어지고 있다.

1970년대까지 소방 업무는 화재 예방 및 진압에 국한됐다. 소방에 관한 사회적 인식과 소방관의 자긍심도 부족했다. 경찰, 민방위 등 재난관리의 하위 조직으로 치부되면서 조직 위상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1980년대 변화가 시작됐다. 응급환자를 구호하기 위해 119구급대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119구조대를 창설했다. 1992년부터는 시도 소방본부를 설치해 광역소방행정체계로 개편했다. 재난 대응에 전쟁지휘체계를 접목한 미국의 ICS(Incident Command System)를 벤치마킹해 소방서장, 소방본부장, 소방청장이 재난 현장을 통합 지휘·조정·통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노력은 현재 소방의 바탕이 됐다. 주목할 점은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구성원의 자발성과 적극성을 원동력으로 발전을 이뤘다는 것이다. 어려운 여건에도 국민에게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스스로 찾아 제공한 모습이 바로 소방이 가져온 초심이다. 이 초심이 소방에 관한 국민의 높아진 기대를 충족하고 직면한 과제를 푸는 비법이 아닐까 한다.

이를 위해 소방이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후진적 대형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된 ‘화재안전 3법’(화재조사·화재예방·소방시설법)의 하위 법규를 잘 다듬어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재난사고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 안전관리, 소방대원 교육훈련, 지휘관 역량 강화 등 현장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 확충이 필요하다. 첨단장비 도입, 노후장비 교체, 차량·헬기 통합정비시스템 구축도 계속돼야 한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재난 환경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해 ‘스마트 소방’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감염병 재난 대응 역량 강화, 외상환자 예방 가능 사망률 저감, 심정지 환자 소생률 증가 등을 위해 119구급서비스 자원을 확충하고 품질을 고도화해야 한다.

‘시경’에는 ‘행백리자반구십(行百里者半九十)’이란 고사가 있다. 큰 목적을 달성하려면 초심으로 돌아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다가올 2022년. 소방도 신발 끈을 고쳐 묶는 마음가짐으로 소방안전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재난 예방 전문성과 대응력을 높여 ‘소방발전 4.0’ 시대를 열어가겠다.



이흥교 소방청장
#소방업무#119구조대#화재안전3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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