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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건축사가 포착한 ‘서울의 시간’

입력 2021-12-04 03:00업데이트 2021-12-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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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이종욱 지음/328쪽·1만7000원·뜨인돌
“서울역 동문을 나섰을 때 무엇보다 강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옛 서울역사도, 서울로7017도 아니다. 바로 서울스퀘어, 옛 대우센터빌딩이다.”

슬그머니 궁금증이 고개를 쳐들게 하는 구절이다. 이 책 저자에 따르면 이 순박하리만치 거대한 직육면체 건물은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의 작품이라며 나서는 이가 없다. “미스터리도 이런 미스터리가 없다.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고 내 설계를 내 설계라 밝히지 못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연이 담겨 있는 건축물”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십수 년째 건축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산업시설 건축설계를 주로 맡았다. 이 책은 그가 서울의 이곳저곳을 뚜벅뚜벅 걸으며 쓰고 그려낸 드로잉 에세이다. 그가 주목한 건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 쌓여 있는 시간과 공간의 층위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와 함께 걸으면서 특정 건물이나 거리에 관한 해설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묘사가 촘촘하다. 1997년 대입 재수를 위해 상경하면서 서울살이를 시작한 저자는 서울역사에 대한 관심이 도시기행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책은 서울역을 기점으로 서울역 동쪽 도심과 남산(1부), 서울역 서쪽 구릉지 및 철길(2부)로 크게 나뉜다. 세부적으로는 서소문·정동·서학당길을 비롯해 7개의 도시 산책 코스를 안내한다. 하나의 길이 끝날 때마다 대표 건축물에 얽힌 사연과 문제점을 짚은 코너가 흥미롭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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