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거나 월세 올리거나”…‘종부세 폭탄’ 맞은 63세 할머니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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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1일 1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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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우체국에서 관계자들이 우편으로 발송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를 분류하고 있다. ⓒ News1
서울 강남우체국에서 관계자들이 우편으로 발송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를 분류하고 있다. ⓒ News1
지난달 94만 7000여 명에게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고지됐다. 급등한 세금에 ‘종부세 폭탄’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정부는 ‘상위 2%만 내는 세금’이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가 국민 2%에 속하는 부자입니까?’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현재 28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63세 할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비싼 것 안 먹고 비싼 옷 안 입고 늘 절약이 몸에 밸 정도로 열심히 일해서 모았다”며 “노후를 생각해 아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악착같이 모으고 또 모아 경기도 용인시 쪽에 겨우 집 두 채를 장만해 놓고 나니 어느덧 내 나이가 되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청원인에 따르면 청원인 부부는 현재 거주하는 집으로 주택연금을 신청해 월 81만 원을 받고, 다른 한 채에서 월세 90만 원, 부부 국민연금 합계금 100만 원을 포함해 약 270만 원으로 한 달을 생활하고 있다.

그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고 두 늙은이의 병원비 및 손주 간식 정도 사주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며 “그런데 갑자기 작년에는 월세가 수입이라면서 소득세를 내라고 하더니 며칠 전에는 국민의 2%만 해당된다는 종부세를 110만 원이나 내라고 고지서가 날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집 두 채라고 해 봐야 모두 합해서 공시지가 8억 2000만 원이다. 그것도 올해 갑자기 집값이 올라서 그렇지 작년까지만 해도 두 채 합해서 5억 정도 되던 집”이라며 “이러한 제가 국민 부유층 2% 맞느냐”고 호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원인은 “소득도 없는 늙은이가 무슨 돈이 있길래 재산세 내라, 소득세 내라, 하다 하다 말로만 듣던 부자세인 종부세까지 내란 말인가”라며 “전세로 20억, 30억 하는 집에 사는 사람들도 수두룩 하다던데 그 사람들은 세입자라는 이유로 종부세를 안 내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왜 들까. 젊어서 열심히 산 죄인가”라며 “식당 허드렛일이라도 하고 싶어도 나이가 많다며 면접 자체를 거절당하는 나이가 됐는데 어디서 돈을 벌어서 세금을 가져다 바치나”라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세금을 해결할 방안으로 ‘이혼’과 ‘월세 인상’ 카드를 내밀었다. 그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두 늙은이가 집 한 채씩 나눠 갖고 이혼하면 깨끗하게 해결되겠더라”며 “국가가 행복하게 노년을 보장해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정파탄을 야기시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돈 나올 데라고는 집세밖에 없으니 월세를 그만큼 더 올릴 수밖에 없다”며 “저도 젊어서 방 한 칸 남의 집 셋방살이부터 시작해 그 심정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6년을 살아도 세를 올리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 살아남아야겠기에 본의 아니게 이번에는 임대료를 올릴 수밖에 없게 생겼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이렇듯 내 마음이 짠하고 편하지 않은데 우리 세입자는 어디에다가 하소연하라고 하시겠는가”라며 “과연 저 같은 사람이 국민 2%인가. 어떻게 제가 2% 안에 있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듣고 싶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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