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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체벌 없이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함께 시작해요

입력 2021-11-30 03:00업데이트 2021-11-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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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세이브더칠드런의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강중혁(왼쪽), 류경화(오른쪽) 씨 부부.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2020년 10월, 16개월의 아이가 입양된 지 271일 만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양부모는 입양 초기부터 아이가 밥투정이 심하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굶기거나 때리는 등 학대해 왔다. 병원에 실려 온 아이는 어른도 견디기 힘든 고통 속에 사망했다. 올해 2월에는 열 살이 된 아이가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모와 이모부에게 맞았고, 욕조 물에 들어가 있으라는 체벌 끝에 사망했다. 6월에도 다섯 살 아이가 부모의 손에 뇌를 다쳐 중태에 빠졌다. 아이를 때린 어른들은 모두 ‘훈육 차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43명이다. 사망 사례의 학대행위자 86.3%가 부모다. 올해 1월 8일 민법 제 915조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일명 ‘징계권’이 삭제됐다. 이 조항은 지난 60여 년간 사랑의 매 혹은 훈육으로 포장된 자녀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사용돼 왔다. 징계권 조항의 삭제는 아동을 모든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시작이다. 실제 체벌 관습을 없애고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라는 형식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 제고와 비폭력적인 자녀 양육 방식 마련이 필요하다.

지난달 세이브더칠드런이 아동학대 대응체계 전반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1.5%가 “아동학대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서도 30% 가까이가 체벌이 아동학대가 아니라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심각한 형태의 신체적 폭력은 97.2%가 신고하겠다고 밝힌 반면, 위협적이거나 모욕적인 행위 등 정서적 학대의 신고는 51.4%로 신고 의사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응답자 대다수는 아동학대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목격하는 학대의 경우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까지 할 만한 심각한 사례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나(49.8%), 아이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 확신이 없어서(44.1%), 훈육 차원이라고 생각했기에(27%)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73.8%는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보거나 아동학대를 특정 가정 내 문제로 보는 인식 때문에 아동학대가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부모는 자녀의 문제 행동을 고치기 위한 수단으로 체벌을 선택하고, 아이들은 맞지 않기 위해 잘못된 행동을 일시적으로 고친다. 하지만 세이브더칠드런이 만 14세부터 18세 아동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8%의 아동은 △‘싫고 짜증난다’(31%) △‘억울하다’(17.4%) △‘체벌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19.8%) △‘수치스럽다’(5.6%)고 답했다. 수많은 연구들 역시 체벌이 뇌와 인지 기능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문제 행동의 즉각적인 통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체벌과 훈육에 관한 보호자의 생각을 바꿔 아동학대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아동학대가 발생한 가정에서 다시 학대가 반복되지 않도록 상담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는 세이브더칠드런 스웨덴과 캐나다 매니토바대의 아동심리학자인 조앤 듀랜트 박사가 개발한 부모 프로그램으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토대로 아동의 건강한 발달과 효과적인 양육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교구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는 아동발달 원리를 기반으로 아동을 존중하면서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비폭력적인 양육 접근법이다. 이 프로그램은 부모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달성하길 원하는 장기적인 목표를 발견하고 감정적인 안도감이나 무조건적인 사랑, 아이의 감정에 대한 공감과 같은 따뜻함과 행동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아이의 자주적인 생각에 대한 격려와 같은 구조화를 제공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아이가 서서히 자제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서로 명확하게 소통하며 △아이와 부모가 서로 존중하고 △아이에게 좋은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아이가 능력과 자신감을 쌓도록 돕는 방식이다. 특히 영유아기부터 청소년이 되기까지 발달 단계에 따라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고려해 적절한 방법으로 따뜻함과 구조화를 제공함으로써 부모와 자녀의 관계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강중혁, 류경화 부부는 “따뜻함과 아이의 연령대를 고려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고,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아보려는 자세를 가질 수 있었다”며 “체벌이 아닌, 안전하면서도 긍정적인 방안을 함께 생각하고, 아이가 실천하고 조절하려는 노력의 과정에서 격려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도담도담 부모 프로그램’은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학대피해아동 가정의 양육자에게 적절한 훈육방법을 안내해 체벌하지 않고 아동을 양육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보호자는 아이와 싸우는 일이 반복되면서 도움을 받고 싶던 중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도담도담을 안내받았다. 해당 보호자는 “도담도담을 하면서 부모의 생각과 아이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여유가 생겼다”면서 “내 마음이 편해지니 아이들도 편안해진 게 보인다”고 전했다.

함께 참여한 윤주은 사회복지사는 “프로그램을 통해 보호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가정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데 효과적이었다”며 “육아를 마라톤에 비유하곤 하는데, 아이를 키울 때 좌절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평소 이해하기 힘든 아이의 말과 행동은 발달 과정에 따른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체벌과 같은 강압적인 방식이 아니더라도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고 실제 실천할 수 있는 대안적인 양육법을 안내하고자 ‘체벌없이 잘 키우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캠페인은 ‘말썽번역기’를 통해 영유아부터 14세에서 18세 청소년기까지 아동의 발달 단계를 8가지 특징(흡입왕, 겁만보, 싫어병, 떼쟁이, 파괴자, 말대꾸, 까칠이, 삐딱선)으로 나눠 설명한다. 평소 궁금했던 아이의 말과 행동을 아이 퀴즈를 통해 확인함으로써 부모와 자녀 사이에 쌓이는 오해와 화를 풀 수 있도록 구성됐다.

말썽번역기의 자문역을 맡은 이임숙 아동청소년 심리치료 전문가는 “발달 과정에 있는 아이들은 연령대별로 특정 심리가 있고 아이들마다 타고난 기질이 다르지만 부모들은 아이의 기질이 무엇인지 모른 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만 아이를 키우려고 한다”면서 “말썽번역기를 통해 아이의 타고난 기질과 발달 단계별 특성을 이해하면서 그동안의 양육 방식을 점검해 보고 아이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혁일 기자 moragoheya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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