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예산 삭감” 시의회의 반격…청년 교통비 등 공약사업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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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26일 0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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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03회 서울특별시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1.16/뉴스1 © News1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03회 서울특별시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1.16/뉴스1 © News1
서울시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요공약 사업 삭감에 나섰다. 행정사무감사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예산으로 힘 빼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26일 시의회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의회는 청년 대중교통 요금 지원과 상생주택 등에 제동을 걸었다. 안심소득과 서울런 예산은 삭감하고 TBS와 마을공동체 사업 등은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할 수는 있지만, 증액하려면 서울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청년 교통비 지원·상생주택 제동

현재 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는 서울시 내년도 예산안을 예비 심사하고 있다. 상임위에서 예산안을 의결하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종합 심사를 진행한다.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청년 대중교통 요금 지원 근거를 담은 청년기본조례 개정안을 보건복지부와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며 심의 보류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만 19~24세 청년들에게 대중교통 요금을 연간 10만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보건복지부에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시의회가 심의를 보류하면서 사업이 불투명해졌다.

서울청년센터 강서 오랑을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려던 계획도 시의회가 심의 보류했다.

서울시는 강서 오랑의 사업 효율성을 위해 예산을 30% 삭감하고 민간위탁 방안을 제시했다. 시의회는 예산 삭감은 자치구에 재정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직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의 공약인 ‘상생주택’ 예산도 빠졌다.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민간참여형 장기전세주택이 빠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출자동의안을 수정 의결했다.

상생주택은 민간 토지에 용도 변경, 세제 혜택을 주고 장기전세주택을 짓는 방식이다.

오 시장이 서울비전2030에서 발표한 감성도시와 지천 르네상스도 구체성이 부족하다며 삭감 의견을 냈다.

서울런·안심소득 삭감, TBS·복지 사업은 증액 예고

핵심 공약인 서울런과 안심소득도 예산을 지키기 힘든 상황이다. 서울시는 서울런에 113억원, 안심소득에 74억원을 편성했다.

서울형 교육 플랫폼 사업인 서울런은 행정사무 감사와 시정질문에서도 진도율과 수강율, 홍보 비용 등을 놓고 계속해서 지적이 나왔다.

이현찬 행정자치위원장은 “박원순 전 시장 때와 동일하게 (예산 심사를) 진행하겠다”면서도 “(서울런 사업과 같은) 부분은 좀 더 심도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영실 보건복지위원장은 안심소득에 대해 “임기 말에 5년짜리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무책임한 데다가 200억원 이상이 매몰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38개 사업에서 200억원 이상의 증액을 요구했다. 해당 사업들을 증액할 경우 안심소득이나 서울형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 등 기존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TBS 예산 증액을 요청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TBS 출연금을 약 123억원 삭감했다. 올해 TBS 출연금은 375억원이었다.

황규복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의원들과 상의를 해봐야한다”면서도 “최소한 증액 요청은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의원들은 현재 편성한 예산으로는 재단의 기본 운영도 어렵다고 우려했지만, 서울시는 지금이 출연금 감액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상업광고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적기라고 보고 있다.

◇“예산으로 힘빼기” 지적…시의회도 ‘발목 잡기’ 프레임 부담

대부분 상임위는 예산안 예비심사를 29일부터 다음 달 1일 사이에 일괄 의결할 계획이다. 이를 놓고 예산안 예비심사 단계부터 일괄 의결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의원은 “과거엔 이렇게 일괄 의결하지는 않았다”며 “각자 의결하면 잡음이 생길 수 있으니 한꺼번에 의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행감에서 밀렸다는 인상을 받자 예산 삭감으로 반격에 나선 것”이라며 “사실상 횡포”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의 주요 공약사업 예산을 빼버리고 막판에 몰아서 의결하려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도 자칫 시의회가 발목을 잡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예산안 심의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의원들 개인 예산을 욕심내지 말라’는 취지의 당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에 참석했던 한 시의원은 “서울시와 부딪히면서 지역구 사업 예산을 요구하지 말고, 명분을 살려서 예산 삭감과 증액 요구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의회 한편에서는 내년도 예산을 보이콧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의회가 예산을 보이콧할 경우 전년도 예산에 준해 꼭 필요한 항목만 지출이 가능하다.

오 시장과 시의원들 모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준예산으로는 공약사업 실행이 어려워 양측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앞서 오 시장은 44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민간위탁·보조금 사업 관련 예산 1788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832억원을 삭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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