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살고싶다” 20세 김일병, 軍서 화이자 맞고 희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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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25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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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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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희소병에 걸려 조기전역하게 된 20세 장병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모 일병은 지난 6월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자가면역성 뇌염에 걸려 이번 주 조기전역이 최종 결정된다.

김 일병은 지난 1월 건강한 모습으로 입대해 강원도의 육군 11사단에 배치됐다.

그는 입대 전 교통사고로 발목에 박았던 철심 때문에 지난 4월과 6월 국군수도병원에서 철심 제거 수술과 척추 신경 차단술을 받았다. 이후 몸이 온전치 못한 상태로 백신을 접종했고 자가면역성 뇌염에 걸렸다.

자가면역성 뇌염은 세균, 박테리아 등을 방어해야 하는 면역세포가 반대로 자기 몸의 뇌를 공격해 발생하는 극 희귀 질환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치료 기간은 최소 2~3년으로 평생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김 일병은 자가면역성 뇌염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달에만 벌써 3번을 쓰러졌다. 지난 22일에는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외래진료를 가다가 골목에서 쓰러졌는데 일어나보니 상의가 찢어지고 온몸에 먼지가 묻어있었다고 한다.

국군수도병원은 지난 9월 “김 일병이 심신장애 진단을 받아 군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육군본부는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어 김 일병의 이번 주 전역을 결정할 예정이다. 김 일병은 말까지 어눌해져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김 일병은 “다 포기하고 싶고 그만 살고 싶다”며 “제대 후에 취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일을 못 하게 되면 병원비도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하다. 보상금 같은 건 다 필요 없고 보훈대상자만 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군은 아직 김 일병에게 구체적인 보상방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김 일병은 “군에서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더니 아무런 조치도 없이 전역시킨다. 믿음이 안 생긴다”며 “군대에 안 갔다면 안 아프게 잘 살고 있을 텐데 억울하다. 이제 스무 살인데 내 상황이 너무 슬프다”고 호소했다.

국군의무사령부 측은 “김 일병이 전역하더라도 규정에 따라 6개월 동안은 현역처럼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이후 보상심의와 국가보훈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보훈 대상 신청 등은 육군본부에서 심의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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