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건 단 1%의 우주… 99%의 비밀 찾으러 떠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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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웨브’
내달 150만㎞ 밖 우주에 정착 예정
블랙홀-외계행성 탐사 등 임무

우주 탄생 초기의 신비를 밝히는 임무를 띠고 다음 달 18일 우주로 향하는 제임스웨브 우주망원경. NASA 제공
우주 탄생 초기의 신비를 밝히는 임무를 띠고 다음 달 18일 우주로 향하는 제임스웨브 우주망원경. NASA 제공
30여 년간 천문 우주 연구에서 족적을 남긴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이을 ‘제임스웨브 우주망원경(JWST)’이 다음 달 18일 마침내 우주로 향한다. 1996년부터 제작비만 100억 달러(약 11조8000억 원)가 투입된 제임스웨브는 약 138억 년 전 빅뱅 직후 초기 우주를 관측하고 생명체가 존재하는 외계행성을 찾는 등 천문학과 우주 연구에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은 최근 제임스웨브 우주망원경이 발사장인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우주센터에 도착해 발사 준비에 착수했으며 큰 변수가 없다면 내달 18일 ESA의 우주발사체 ‘아리안5’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임스웨브 우주망원경은 육각형 거울 18개를 벌집 형태로 이어 붙인 주경의 지름이 6.5m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차세대 우주망원경이다. 허블 우주망원경(2.4m)의 두 배가 넘는다. 육각형 거울은 금을 얇게 코팅한 베릴륨으로 만들었다. 우주 공간에서 영하 수백도의 극저온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태양열과 빛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은 가로 21m, 세로 14m에 달한다.

고도 537∼541km의 지구 저궤도를 돌며 가시광선, 근적외선 스펙트럼을 관찰하는 허블 우주망원경과는 달리 이보다 훨씬 먼 150만 km 떨어진 ‘라그랑주 L2’ 지점에 설치돼 적외선 대역 관측도 가능하다. 우주의 더 깊숙한 공간을 관측할 수 있다는 얘기다. 라그랑주 L2 지점은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과 지구의 원심력이 같은 지점으로, 별도 추진 장치 없이 지속적으로 지구와 함께 태양을 공전할 수 있다.

이 차세대 우주망원경에는 분광계를 결합한 특수 카메라가 달려 있다. 목성의 위성에 있는 촛불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민감하다. 최대 1000광년(1광년은 약 9조5000억 km) 거리에 있는 행성에서 산소 분자를 확인할 수 있는 성능으로 제2의 지구도 탐색한다. 지구상에 설치된 천문대나 허블 우주망원경으로는 불가능했던 관측이다. 천문학계는 “허블 우주망원경이 우주의 나이와 크기를 결정하는 허블상수를 구하는 등 인류를 더 깊은 우주로 안내했지만 우주의 1%밖에 관측하지 못했다”며 “제임스웨브 우주망원경은 그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그간 몇 차례 고장이 났지만 지구에서 가까워 수리가 가능했다. 반면 제임스웨브 우주망원경은 그보다 훨씬 먼 위치에 있어 고장이 나도 수리가 어렵다. 발사에서부터 라그랑주 L2 지점까지 안착해 모든 장비의 정상 작동을 확인할 때까지 긴장을 놓기 어렵다.

발사 후 약 30분이 지나면 로켓과 분리돼 태양전지를 전개하기 시작하고 발사 2시간 후 통신 안테나를 가동한다. 발사 12시간 30분 뒤에는 태양전지판을 이용한 동력으로 추력을 얻어 목표 지점까지 약 한 달간 날아간다. 발사 11일째에 6.5m 크기의 주경을 서서히 펼치기 시작해 약 열흘간 18개의 거울을 세부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고도의 정밀한 작업을 오차 없이 수행해야 목표 지점에 완벽하게 안착할 수 있는 험난한 여정이다.

우주 과학자들은 차세대 우주망원경이 향후 중간 크기의 블랙홀, 우주 팽창 속도 등 천문학 등에서 그동안 연구가 어려웠던 분야에 새로운 관측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빅뱅 직후 우주 생성 초기 신호를 포착하고 외계행성을 찾는 임무도 맡았다.

양유진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 책임연구원은 “우리 눈에 보이는 파장의 빛을 관측하는 허블 망원경과는 달리 가시광선보다 긴 파장을 갖는 적외선을 관측하기 때문에 성운과 먼지에 가려 보이지 않는 천체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특히 적외선으로만 관측 가능한 멀리 떨어진 은하를 볼 수 있어 우주 탄생 초기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제임스웨브#우주망원경#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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